에코그노시스(ecognosis)는 티모시 모튼(Timothy Morton)이 그의 저서 『어두운 생태학』에서 기존의 생태적 인식을 비판하면서 제시된한 개념이다. 에코그노시스는 생태정치를 위한 앎의 방식(생태적 알아차림(ecological awareness))으로 “단지 생태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민감성으로서의 사유”(모튼, 2024: 280)이다. 에코그노시스는 인식 주체와의 관련 하에서만 대상이 드러나는 상관주의적(correlationalist) 인식이 아니라, 인간으로부터 물러나 있어(withdrawn) 완전히 포착할 수 없는 대상과의 간극에 관한 알아차림이다. 에코그노시스의 알아차림은 이처럼 주체와 대상의 간극에서 이루어지므로 기이하다(uncanny).
에코그노시스는 메소포타미아 시대부터 지금까지 우리를 지배하는 농업로지스틱스에서 유래하는 지식과 대조된다. 농업 로지스틱스는 1만 2천 년 전에 인간이 전구적 농업으로 만들어낸 최초의 초객체(hyper-object)를 말한다. 인간은 농사와 사냥에서 계절적 변동을 줄이기 위해 동물을 가축화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농업로지스틱스가 가부장제, 사회계층구조, 인간-비인간 상호작용의 피드백 고리로 이어졌다(모튼, 2024: 83-87). 농업로지스틱스의 지식은 주기적 계절, 규칙적 리듬을 전제하므로 다음과 같은 공리를 갖는다. (i) 비모순율은 불가침의 것이다. (ii) 현존함은 항상적으로 현재함을 의미한다. (iii) 인간의 현존함이 현존함의 어떤 성질보다 언제나 더 낫다(모튼, 2024: 90, 98). 이러한 공리 하에 자연은 농업로지스틱스 안에서 주기적 순환을 하는 조화로운 것으로 정의되고, 이로부터 매끄러운 예측가능성이라는 환상을 유지해 왔다(모튼, 2024: 109-110).
하지만 이러한 농업로지스틱스의 지식은 그 내부에 ‘인간과 비인간의 원초적 관계성’인 원석기(the arche-lithic)를 포함하고 있다. 원석기는 선형적 시간에 속하지 않는 그때와 지금이다(모튼, 2024: 151). 원석기는 농업로지스틱스와는 다른 생태 논리를 갖는다. 원석기에는 안정적이고 경계지어진 현전이 없어 ”선과 악, 필요와 원함, 자연과 문화, 인간과 비인간, 생명과 비생명, 자아와 무아, 현전과 부재, 유와 무의 이분법이 없다.”(모튼, 2024: 150) 원석기는 인간만이 아닌 생태적 사물(인간들, 초원들, 개구리들, 생물권 같은 생태적 사물들)의 현존과 그 사물들의 논리적 모순을 포함한다(모튼, 2024: 133-134).
인간에 의해 포착되지 않는 생태적 실재에 대한 알아차림은 기존의 긍정적 생태철학, 즉 자연 보호라는 틀을 넘어서는 사고로 확장하여 생태위기를 이해하는 데 있어 불편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게 한다. “생태적 알아차림은 우리가 수많은 존재자들과 맺는 불가분한 공존에 관한 비극적 멜랑콜리와 부정성에서 시작하여 아나키적이고 희극적인 공존의 감각으로 진화한다.”(모튼, 2025: 282) 에코그노시스는 농업로지스틱스의 자연관에 기초한 앎을 해체하고, 불쾌·기묘함·혐오를 포함한 생태적 얽힘을 나타낸다. 하지만 고대 그리스인들이 비극에서 희극을 끌어내듯이 우울의 끝에서 희극으로 나아간다. 즉, 농업로지스틱스가 만들어낸 소비주의에서 비롯된 죄책감, 수치심, 역겨움, 멜랑콜리, 공포를 거쳐서, 공포 내부에서 웃음을 찾아낸다(모튼, 2025: 289-250).
에코그노시스는 주로 메소포타미아 시대의 산물인 도시공동체에서 비체(비인간 포함)들을 드러내고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앎의 방식이다. “도시공동체를 비모순율에 따르는 외파적 전체가 아니라 모순적 부분들이 공생하는 내파적 전체로 이해할 수 있게 한다. 결국 이러한 전환은 도시 공동체의 연대가 알고리즘을 통한 동일성의 반복에서 오는 주체들의 공감을 통해서 가능한 것이 아니라 구멍 뚫린 신체들이 자신의 비체성을 알아챌 때 휩싸이게 되는 기이한 낯섦에 귀 기울일 때 가능한 것이 된다.”(이현재, 2025: 25)
<참고자료>
티모시 모튼, 『생태적 삶: 티머시 모튼의 생태철학 특강』, 김태한 옮김, 서울: 앨피, 2023.
티모시 모튼. 『어두운 생태학: 미래 공존의 논리를 위하여』. 안호성 옮김, 서울: 갈무리, 2024(Morton, Timothy, Dark Ecology: for a Logic of Future Coexistence, New York: Columbia University Press, 2016).
이현재, 「디지털폴리스의 포스트-인문적 비전: 저월하는 비체들의 연대를 위하여」, 철학연구회, 『철학연구』, 149, 2025, pp. 1-30.
작성자: 현남숙(전북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