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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치불능의 도시
  분류 : 현대도시의 양상
  영어 : Ungovernable city
  한자 : 統治不能의 都市


‘통치불능의 도시’는 정치학자 더글라스 예이츠(Douglas Yates)의 1977년 작인 『통치불능의 도시: 도시 문제와 정책 수립의 정치』에서 제시된 개념이다. 이 책은 1960년대부터 도시 문제가 곧 미국 전체의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시정부와 도시정책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는 인식이 전반적으로 공유되었던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시청과 시장을 중심으로 한 뉴욕 시정부에 대한 연구를 통해서 그는 대도시 전반의 통치불가능성을 주장한다. 이는 특히 주정부 및 연방정부와 구분되는 시정부의 독특한 조건을 설명하기 위함이다. 여기서 그가 말하는 통치불능의 도시란 "시의 정책수립 체계가 일관된 결정산출, 유효한 정책개발, 혹은 주정부와 연방정부 프로그램의 이행" 불능 상태에 있다는 의미다(Yates, 1977: 5). 통치불능은 대도시 자체의 본질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시정부의 행정기구와 관료제의 구조적 특성을 지칭한다. 따라서 그는 시장의 직무수행의 가능성과 한계에 연구의 초점을 맞춘다. 따라서 통치불능이란 대도시의 시정부가 직면하는 문제가 갖는 사회경제적 성격이나 도시가 특별한 어려움이나 위기에 직면하는 역사적 배경의 문제가 아니다. 도시의 통치불능 상태란 오히려 도시를 통치하는데 있어서의 '구조적 난점들'을 지칭한다(Gordon & Travers, 2010). 이 구조적 난점이란 복잡성 즉 시정부가 직면해야 하는 도시 문제의 근본적인 이질성과 이러한 이질적 문제들 사이의 높은 상호 연관성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도시 통치의 구조적 난점은 19세기에 수립된 대도시의 통치체계가 탈산업화사회로의 이행을 겪게 된 역사적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그 결과 도시 정책은 필연적으로 의도치 않은 결과들을 낳을 수밖에 없으며, 이 때문에 대도시에서의 정책은 실패를 모면하기 어렵다. 도시 문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 수립과 시행의 복잡한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면 모든 도시 정책은 관련 당사자들 사이의 직접적인 갈등과 분쟁이 심화되는 ‘길거리 싸움식의 다원주의(street-fighting pluralism)’를 빠져나오기 힘들어진다.

따라서 예이츠는 대도시의 구조적 통치불가능성의 구조를 다양한 차원과 수준, 측면에서 접근할 것을 충고한다. 우선 그는 이를 집중과 분권, 독립과 중속이라는 두 가지 차원으로 나눠서 분석한다. 첫째, 그가 보기에 대도시의 정부는 장기적이고 일관된 정책을 수립하기에는 지나치게 분권화되어 있는 반면에 시민들의 요구에 반응하기에는 지나치게 집중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둘째, 시정부는 주도권을 행사해야 하는 영역에서는 지나치게 중앙정부에 종속되어 있는 반면에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아야 하는 영역에서는 지나치게 독립적이다. 이러한 집중/분권, 독립/종속의 전도현상은 세 가지 수준에서 시정부가 시민들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도록 만든다. 우선, 시장은 실제로 고위 공무원에 대한 충분한 통제력을 행사하지 못한다. 동시에 고위 공무원은 교사, 소방관, 경찰관, 환경미화원 등 시민들에게 공공 서비스를 직접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현장 공무원들에 대한 유효한 통제력을 행사하지 못한다. 결국 시민들과 시민단체들은 시정부의 정책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되는데, 이러한 구조로 인해 정책수립에 대한 시민 참여 비용이 상승하게 되는 반면에 그 이익은 불확실해지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로 대도시의 구조적 통치불가능성은 대체로 다음의 세 가지 측면에서 지속적인 정책 실패를 의미한다. 첫째, 도시를 통치한다는 것은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인데, 이러한 서비스 전달은 직접적이고 대면적(personal) 성격을 갖는다. 즉 현장 공무원들이 시민들을 직접 접촉하면서 서비스가 전달되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때의 어려움은 단순히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달리 도시 문제들이 사회/심리/정치적 난점들을 수반한다는 점과 관련된다. 둘째, 역사적으로 대도시는 이질적인 집단들의 용광로(melting pot)이지만, 지속적으로 새로운 이민자와 빈곤 인구가 유입되기 때문에 결코 이질적인 집단들 사이의 갈등이 완전히 해소될 수는 없다. 셋째, 도시 정책이 해결해야 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은 아직도 그 해법이 알려져 있거나 고안되어 있지 않은 것이 많다. 예이츠는 당시에 해법이 없는 도시 문제들의 사례로 길거리 범죄, 마약중독, 저소득층 자녀의 문맹률 문제를 들었다.

물론 대도시의 구조적 통치불능에 대한 해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예이츠는 시장의 직무 중 일부를 중앙정부에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치안이나 소방, 교육과 같은 직접적이고 대면적 성격이 강한 공공 서비스 분야는 시정부의 분권화된 행정이 담당하는 대신에 교통, 주택, 복지, 교육재정 등과 같은 형평성과 관련된 정책은 중앙정부가 담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도시 문제의 지속성, 그리고 그에 대한 정책 수립과 결정 과정의 복잡성과 파편화된 성격 때문에 단순하면서도 효과적인 해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따라서 도시의 통치불능이라는 복잡한 상황과 위기에 대해서는 시정부와 중앙정부 사이의 긴밀한 협력을 이루는 잠정적이고 ‘혼종적인 해법(hybrid solution)’만이 유효하다고 주장한다. 이때 시청과 시장은 중앙정부와의 교섭을 성공적으로 이루는 동시에 현장 공무원의 활동이 실효성을 갖도록 해야 하며, 또한 도시 공공 서비스의 고객인 시민들의 요구와 불만에 적절하게 반응해야하는 세 가지 차원을 동시에 적절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핵심주장이다.

영국의 사회과학자인 토니 트레버스(Tony Travers)는 2004년에 예이츠의 통치불능의 도시 테제를 전제로 삼아서 2000년에 출범한 런던광역행정청(Greater London Authority)의 탄생과정, 그리고 출범이후의 문제들과 쟁점들을 연구한 『런던의 정치: 통치불능 도시의 통치』를 발표하기도 하였다(Travers, 2004).


<참고문헌>
Douglas T. Yates, The Ungovernable City: The Politics of Urban Problems and Policy Making, MIT Press, 1977.
Tony Travers, The Politics of London: Governing an Ungovernable City, Palgrave, 2004.
Ian Richard Gordon & Tony Travers, “London: Planning the Ungovernable City,” City, Culture and Society 1 (2010).

작성자: 홍철기(서울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