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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생활과 도시 야간경관
  분류 :
  영어 : Nightlife and Urban Nightscapes
  한자 : 夜間生活과 都市 夜間景觀


밤의 활동은 중심 도시(central city)가 교외 및 농촌 지역과 구별되는 한 가지 주요한 요소이다. 『경계선으로서의 밤(Night as Frontier)』(Melbin, 1987)은 도시 거주자들의 야간 시간 식민화(colonization of night-time)를 체계적으로 연구한 첫 번째 저작이다. 야간 식민화 과정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있다. 전기의 보급은 어둠을 쫓아내고 인간의 환경을 밝혔으며 도시의 활동 시간을 연장해, 농촌생활과는 확연한 대조를 이뤘다. 농촌생활은 밤과 낮이라는 시간 리듬에 묶여 있었지만, 도시에서는 전기를 통해 도처에 불을 밝히자 그 속의 사회 활동이 자연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었다.

도시 지역(urban areas)에서 환해진 야간 시간이란 사교와 소비를 뜻했다. 사람들은 서로의 집을 방문했고 음식과 음료를 사러 밖에 나갔다. 레스토랑과 술집은 지방당국이 정한 영업 종료 시간까지 문을 열었다. 산업화된 나라들에서도 술집이 문을 닫는 시각은 현재까지도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선진 산업 국가들의 경우 소비 활동은 실질적으로 확장되어 ‘24시간’ 도시, 즉 소비 활동의 무제한적 가능성이 보장된 확장된 시공간 지대가 되었다고 할 만하다. 많은 도시에서 재개발을 통해 이러한 성격을 가질 수 있다는 논의를 펼치고 있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24시간’ 공간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곳은 오직 라스베가스 권역뿐이다.

조명은 생산에도 영향을 미쳤다. 공장들은 필요하기만 하면 하루 종일 가동할 수 있었다. 실제로, 24시간의 생산주기는 8시간 작업 교대라는 노동조합의 현재 요구에 완전히 상응한다. 노동조합 가입률이 매우 높은 라스베가스의 카지노들은, 잔업 수당을 지불해야 하는 2교대제를 늘리기보다, 3교대제를 채택하여 24시간 개방하는 쪽이 훨씬 더 낫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뉴욕 주 버팔로의 술집들이 오전 4시까지 영업하는 이유는 인근 철강 공장 야간 교대조의 일이 끝나는 시간에 맞추기 때문이다. 작업은 6시에 다시 시작되므로, 술집은 그 작업조가 끝나는 오후까지 쉴 수 있다. 요약하면, 항상 연결되어 있는 생산과 소비가, 야간 시간의 식민화를 통해 함께 묶여진 셈이다. 이러한 노동과 여가 활동들은 농업 중심 지역이나 교외에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 분위기를 도시 지역에 제공했다.

채터톤과 홀런즈(Chatterton & Hollands, 2003)는 야간 시간에 대한 이러한 분석을 더욱 발전시켜 중심 도시(central city), 그중에서도 도심(downtown)은 시간이 지날수록 청년층의 소비와 놀이, 쾌락을 위한 야간 유흥 장소가 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마찬가지로, 이러한 활동을 조장하는 새로운 소비 장소들도 갈수록 늘어난다. 사람들이 술 마시고 춤추고 친교를 다지기 위해 만나는 이런 공간들을 ‘야간경관(nightscapes)’이라고 하며, 이것은 이제 대도시의 보편적인 특징이다.

최근에 야간시간대 지역이 사교(communion)와 소비의 장소로 변모한 현상은 비교적 주목할 만하다. 술집들이 추접스러우며(seedy), ‘하위문화적(subcultural)’이지는 않더라도 소위 ‘일탈적’이라는 경향을 띠자, 주류와 중산층 사람들은 규범에서 벗어나는 일을 기대하지 않고서는, 뒤풀이로 밤늦게 도심에서 돌아다니지 않았다. 오늘날에도 대도시 지역의 많은 도심 지구들은 이러한 ‘막 가는(down and out)’ 장소들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버려져 있다. 그러나 도시 중심의 활기가 되돌아온 곳들에서는 청년층 소비자들에게 맞는 야간경관들(nightscapes)이 선도적인 역할을 한다. 기업들은 제품에 브랜드를 붙이고 환경을 테마로 삼는 기법을 활용해, 이런 공간들을 변형시킴으로써 활동적인 올빼미 소비자 시장의 확대에 부응한다. 야간경관들은 이제 외딴 공간이나 일탈의 장소가 아닌,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매매 활동이 진행되는 통상적이며 주류의 장소들이 되었고, 도시 주민들은 ‘24시간’ 도시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이야기를 나눌 정도가 되었다.

정확히 어떻게 ‘추접스러움(seediness)’으로부터 ‘유행(trendiness)’으로 변용이 발생했는가를 살피면, 자본과 공간의 상호작용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1990년대 초,『미니스트리 오브 사운드(Ministry of Sound)』라는 이름의 댄스 클럽이 런던에서 문을 열었다. 이제『 미니스트리 오브 사운드』는 세계에서 가장 큰 댄스 음악의 글로벌 레이블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테마화와 브랜드화, 프랜차이즈를 통해 술과 패션의 소비, 그리고 ‘쿨(cool)’의 상품화를 춤과 같은 활동과 결부시키는 환경을 창조한다. 다른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미니스트리 오브 사운드』는 이제 더 이상 춤만 추는 장소가 아니라 다양하고 많은 종류의 상품을 판매하는 세계적인 브랜드이다. 기업 영리 전략의 두 번째 논리는 시장의 세분화(segmentation)이다. 젊은이들의 음악적 선호나, 패션, 음료의 기호가 모두 같지는 않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런 시장을 세분화하거나 소비 관행의 틈새를 파고들어 하위문화에서 실제 존재하는 부문들에 맞추어 서로 다른 제품들을 기획한다. 또한, 야간경관의 장소들을 창출하는 기업들은 서로 다른 외관들을 건설한다. 이런 방식으로 시간을 프랜차이즈한다고 해서 사업체들이 서로 항상 경쟁하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들은 모두 동일한 기업에 속할 수도 있지만, 다양한 시장 부문들에게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참고문헌>
Chatterton, P. and R. Hollands 2003. Urban Nightscapes: Youth Cultures, Pleasure Space and Corporate Power, London: Routledge.
Melbin, M. 1987. Night as Frontier. NY: The Free Press.
M. 고트디너와 레슬리 버드 저, 남영호, 채윤하 역, 도시인문학총서 16, <도시연구의 주요개념>(라움, 2013), pp.167-172

작성자: 김진곤(서울시립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