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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력있는 도시
  분류 : 도시의 이념과 모델
  영어 : Resilient City
  한자 : 回復力있는 都市


오늘날 도시는 정치, 경제, 종교 상황에 따른 국제적인 전쟁과 테러 뿐 아니라 노사 간, 이념 간의 분쟁, 반사회적 인격 장애자들의 이유 없는 폭력들까지 포함해 너무도 다양한 정신적 외상, 트라우마(trauma)에 노출되어 있다. 개인이 당한 끔찍한 폭력이 그의 삶에 치명적 상처를 남기고 오랜 육체적 정신적 치유 과정을 요구하듯, 특정 지역사회가 당하는 예기치 않은 끔찍한 폭력과 재난들도 그 사회 구성원 전체에게 트라우마를 가져올 뿐 아니라 정상적으로 복원되기까지 다각적인 치유 과정과 노력을 요구한다.

회복(回復)의 사전적 정의는 ‘원래의 상태로 돌이키거나 원래의 상태를 되찾음’이다. 이는 현재의 상태가 원래의 상태와 다른 상황에 놓여있음을 전제하는데, 이 달라진 상태가 다시 원래의 상태로 되돌아오는 힘을 회복력(resilience)이라 한다. 회복력 있는 도시(resilient city)는 일반적으로 지속가능한 도시(sustainable city)와 같은 개념으로 이해되고 있어, 주로 생태적 측면에서 삶의 질을 회복하는 디자인 연구에 큰 비중을 두고 있었다. 하지만 감정적인 본성을 가진 개별적 존재들의 집합공간으로서의 도시, 도시문제, 그리고 그 회복을 논할 때, 우리는 물리적, 생태적인 도시환경의 회복뿐 아니라 도시문제로 거론되는 여러 심리적 측면들로부터의 회복을 생각지 않을 수 없다. 상처의 부위와 상황에 따라 그 치료책이 다르듯이 도시환경에서 발생하는 갖가지 문제에 따른 '회복'의 개념도 다음과 같이 다양하게 해석되어질 수 있다.

1) 오염되고 유독성 있는 도시환경을 회복시킨다고 했을 때 회복은 '생태적인, 친환경적인' 의미를 갖는다. 이는 도심에 공원을 적극적으로 만들어 인간의 바이오필리아(biophilia)를 회복시킬 수 있는 자연의 도입을 의미하기도 하고, 자연 이미지와 관련된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포함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맬컴 마일즈(Malcolm Miles)가 <미술, 공간 그리고 도시>에서 '생태 치유'라는 말을 쓰며 예를 들었던 조경미술가 앨런 손피스트(Alan Sonfist)의 <시간풍경Time Landscape>을 들 수 있다.

2) 도시의 소외된 세대, 계층, 소수 인종들의 마음을 회복시킨다고 했을 때의 회복은 '공동체적인', '함께 어울리는' 것을 의미한다. 소외 문제에 있어서의 회복은 고립된 각 개인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공간위치, 형태, 프로그램을 가진 공간을 디자인하는 것이 될 것이다. 그것은 크리스토퍼 알렉산더(Christopher Alexander, 1952-)가 "패턴 랭귀지 Pattern Language"에서 말했듯이, 사람들이 자주 들르고 싶은 편안한 느낌의 장소를 디자인함으로써 도시에 벌어지는 여러 희비극적 양상이 시민들 사이에 공유되도록 하는 것이다.

3) 또한 경기 침체로 인한 실직, 경쟁사회로부터의 압박, 미래에 대한 불안을 가지고 있는 시민들의 마음을 회복시킨다고 했을 때 회복의 의미는 '격려하는', '고무시키는' 의미를 갖는다. 이들의 침체된 감정을 끌어올리려면 보다 적극적인 방법, 웃고 즐기게 할 수 있는 재미있는 공간이 요구될 것이다.

4) 마지막으로 전쟁, 테러와 같은 끔찍한 비극이나 역사적 재난의 트라우마로부터 시민들의 마음을 회복한다고 했을 때 이는 '위로하는, 추모하는', '평화로운 도시를 지키기 위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애도의 표현들이 함축된 많은 메모리얼 공간들과 치유의 공간들이 이에 포함된다. 역사적 트라우마를 다루는 공간들은 방문자들의 관심을 끄는 것에 집중하여 상흔의 사회적 치유에 기여하는 공간적 해법을 가볍게 풀어가는 것을 경계하며 공감하는 공간을 계획해야할 것이다.

도시의 각 개인이 도시의 회복을 보는 관점은 조금씩 다를 수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경제활동의 회복을, 교통전문가들은 도시자체 내에서와 도시와 연계된 다른 지역 간 교통의 원활한 흐름을, 도시 디자이너들은 새로운 빌딩과 메모리얼들이 디자인되고 가로(streetscape)가 활기차지는 것을, 심리학자와 정신분석학자들은 도시인들의 정서적 회복을 ‘도시회복의 척도(尺度)’로 볼 것이다. 그러나 도시의 회복은 이러한 전문가의 관점들뿐 아니라 직접 그 도시의 거주인들이 생각하는 회복의 이미지들이 통합된 형태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9.11 테러의 여파가 컸던 시점에, ‘도시의 회복’이라는 과제를 놓고 <회복력 있는 도시: 트라우마, 회복, 그리고 기억>이라는 세미나를 개최하였던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 도시계획과의 로렌스 베일(Lawrence J. Vale) 교수는 MIT에서 출간된 “테크놀로지 리뷰 Technology review”에서 도시의 회복은 도시를 물리적으로(physically) 재건하는 것과 사회를 문화적으로(culturally), 정서적으로(emotionally) 재건하는 것이 함께 이루어져야한다고 말했다. 이는 도시의 온전한 회복을 위해서는 디자인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아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함께 개발되어야한다는 말이다. 이 정서적인 부분은 도시학자들이 ‘도시 재생 행위의 모델 (model of recovery activity)’을 제안할 때 주장하는 도시 재생의 4단계 과정가운데 마지막 부분인 '기념하는 재건(commemorative reconstruction)’과 동일한 의미를 가진다.


<참고문헌>
Lawrence J. Vale and Lecturer Thomas J. Campanella of urban studies and planning, 11-session colloquium titled ‘The Resilient City; Trauma, Recovery and Remembrance.’ sponsored by the Department of Urban Studies and Planning, the School of Architecture and Planning, MIT World.
Edward T. Linenthal, Preserving Memory: The struggle to Create America's Holocaust Museum, New York: Columbia University Press, 1995.
Jack Curtis, "The city shall rise again", MIT Technology Review, (July 1, 2005): accessed May 16, 2012.

작성자: 우지연(서울대학교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