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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리티 도시 영화
  분류 : 한국의 도시영화
  영어 : Locality City Movie
  한자 : 地域 都市 映畫


로컬(local)은 (현재 논의되고 있거나 자신이 살고 있는 특정) ‘지역의, 현지의’라는 사전적 개념으로 특정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 현지인을 의미한다. 로컬리티(locality)는 (현재 논의되고 있거나 위치해 있는 장소의) ‘인근, 곳’을 뜻한다. 즉, 어떤 특정한 시간을 관통하면서 어떤 곳/장소에 위치하는 현상이 로컬이라는 개념이다. 로컬리티는 시간과 장소, 그리고 그 속에 자리하는 몸으로 이루어진 지역성이며, 단순한 물리적 공간을 넘어 사회문화적 관계와 의미 등이 통합된 실체로서의 삶터이다(김석수, 2010:35).

로컬리티(locality)는 기층적 로컬리티와 위계적 로컬리티로 분류한다. 기층적 로컬리티는 로컬이 가지는 물리적 자연적 측면 즉, 가장 기본적인 구성요소인 공간, 장소성과 연결된다. 인간의 삶과 경험이 기저층에 자리 잡으며 ‘장소’가 로컬의 기초적인 표상이다. 위계적 로컬리티는 로컬이 갖는 국가 내지는 중앙에 대한 종속적 위치의 근대성에 의해 자연스럽게 탄생한다. 따라서 로컬리티는 국가, 글로벌리티, 탈중심적 로컬리티로 세분화된다(한국민족문화연구소, 2009).

바우만(Bauman, 2009)은 삶의 현장으로서 로컬리티에서 타자로 되는 공간의 변화를 전통적인 공간, 근대 공간, 세계화 공간의 세단계로 분류한다. 첫째, 전통적인 사회들의 공간성은 인간 육체의 비매개적인 능력들을 둘러싸고 조직화된다. 행위를 통한 공동체 의식에서 전통적인 공간이 형성된다. 둘째, 과정화/ 중심화/ 조직화/규범화되는 변화의 단계로 하드웨어에 의해 매개되는 기술적인 공간으로 합리화 과정을 거치면서 건조한 근대적 공간으로 조직화된다. 셋째, 영토적/ 도시 생활적/건축적인 가공된 공간의 단계로 분류한다. 지구적인 정보망의 발전과 시간성 속에 즉각적인 확신이 이루어지는 탈 경계의 공간이다. 이는 역사성에 근거한 공간의 로컬리티로 정의할 수 있다. 시간과 공간의 역사성이 반영된 것으로 현재진행형 또는 미래지향적인 장소성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기층적 로컬리티는 지방 소도시를 중심으로 하는 로컬리티이며, 전국을 포괄하는 다양한 지역성을 보여준다. 또한 해당 지역이 갖는 장소의 역사성이 영화에서 일정하게 장소의 기억으로써 스며드는 양상을 보여준다. 이러한 작품들은 행정구획 상의 경계를 통해 구획된다. 부산은 <친구>, <해운대>, <영도다리>, <1번가의 기적>, <애자>와 같은 작품을, 광주는 <꽃잎>, <화려한 휴가>, <부활의 도시>, <스카우트> 같은 작품을 통해 해당 지역의 도시성을 재현한다. 이외에, 제주도는 오멸에 의해 제주의 4. 3 항쟁을 다룬 작품인 <지슬>이 제작되는 등 지역적 특성이 다양하게 나타난다.

<해운대>는 ‘해운대’라는 공간에서 일어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아 탄탄한 스토리와 재난 영화의 스펙터클로 대중성을 확보하고 지역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했다. 관광명소인 ‘미포 건널목’은 해운대 끝자락에서 달맞이 고개로 넘어가기 전에 위치한 미포오거리에서 해안을 향해 난 내리막길 중간에 철길 건널목이다. 이곳은 <해운대>에서 쓰나미에 의해 수백 명의 사람들이 생사를 걸고 도망치는 공포의 수해 현장으로 변한다. 광안대교도 수려한 도시 경관을 보여주는 랜드마크 교량이지만 <해운대>에서는 수 십대의 차량이 연쇄 추돌 사고를 일으키고 사람들이 급히 도망을 치는 장면에서 부산의 랜드마크를 재난의 공간으로 변모시켜서 자연재해의 위험성을 극명하게 표출한다. 주인공들이 살고 있는 미포의 어촌은 해운대 신시가지 개발로 인해 후경으로 밀려난 그곳을 생활의 터전으로 살고 있는 해운대 원주민의 삶과 마린시티의 개발된 도시를 서로 충돌시킨다. <해운대>는 미포라는 어촌과 해운대 관광지에 쓰나미의 공포 외에도 사직 운동장에서 롯데 자이언트를 응원하는 롯데의 열렬 팬들과 이기대와 달맞이 고개에서 바라보는 해운대의 경치를 통해 부산의 해운대라는 장소성의 다양한 면모를 부각시킨다. <애자>에서 부산 고향집은 오래된 나무 바닥과 벽에 몇 십 년을 살아온 사람들의 손때와 십 수 년 묵은 감정을 공간적으로 보여주는 오래된 정취가 느껴지는 공간이다. 애자가 학창시절을 보낸 부산컴퓨터 과학고는 모든 교실의 창문에서 시원한 부산 앞바다가 보이는 공간이다. 해양 도시 부산의 이미지는 <애자>의 학창시절을 보낸 공간에서도 바라를 배치하여 지역성을 드러낸다.

로컬의 장소가 영화의 주요 배경이 된 것은 이정범의 <아저씨>의 매축지 마을, <친구>에서 영화표 내기를 한 네 친구가 가방을 집어던지고 달려가는 범일동 철길 그리고 <친절한 금자씨>가 건너던 굴다리가 있다. <예의 없는 것들>에서 신하균이 킬러로 본격적으로 입문한 장소도 다대포 선착장이다. 선착장의 나무다리는 무너질 것처럼 삐거덕거리고 이끼가 끼어있으며 폐선의 잔재들이 나뒹구는 그로테스크한 풍경이다. <우리 형>에서 부산 기장군 임랑 바닷가, 이천리, 동래전자 고등학교 등은 지역성을 드러내는 기층적 로컬리티의 전형이다.

위계적 로컬리티는 로컬이 갖는 국가 내지는 중앙에 대한 종속적 위치의 근대성에 의해 자연스럽게 탄생한 것으로, 버만의 전통적인 공간, 근대 공간, 세계화 공간이 복합적으로 드러난다. 즉, 도시공간의 로컬리티 이미지가 ‘영화’라는 미디어에 의해 의도적으로 가공되어 특정 이미지를 고착시키거나 변화를 이끌어내는 장소성이 형성된다. 따라서 로컬리티 도시 영화는 지역 로케이션의 기층적 로컬리티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요소를 포괄하는 위계적 로컬리티의 복합성을 내포하고 있다.

위계적 로컬리티 영화로 분류할 수 있는 영화는 <친구>와 <범죄와의 전쟁>이다. <친구>는 영도 출신 소년이 조직 폭력배로 성장하는 과정을 다룬 성장영화와 액션영화의 장르를 선택하여 서면으로 대표되는 유흥가와 폭력의 도시라는 이미지를 생성한다. <친구>에서 계급적으로 하위에 속하는 이들은 로컬 도시의 유흥가에서 폭력을 통해 삶을 영위한다. 경제와 사회 문화적으로 하위 주체의 대표성으로 조직 폭력배가 소환된 것이다. 양우석의 <변호인>에서는 국가폭력에 맞서는 변호사와 독서회와 야학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야성이 강한 부산의 이미지와 민주화의 도시 이미지를 생산해낸다. 어느 지역에 대한 이미지는 개인의 직접적인 체험뿐만 아니라 매스미디어를 통해 형성된다. 특히 영화는 영상을 통해서 배경이 된 장소를 시각적으로 재현할 뿐만 아니라 등장인물들의 행동이 직접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폭력이나 민주화를 위한 투쟁의 재현이 더욱 사실적으로 각인된다.

영화 <친구>에서 로컬리티 도시 영화의 장르적 요소로서 공간은 자갈치 시장 건어물 가게의 좁은 골목길이나 달동네의 골목과 육교 등의 배경이 소환된다. 언어는 인물들이 사용하는 비속어와 거친 사투리는 지방 도시를 환기하고 조직 폭력배의 세계를 표상하는데 일조한다. <변호인>은 1980년대 신군부의 억압적 공안정국에서 날조된 부림사건을 그렸으며 부산의 남포동과 범일동, 남천동 삼익아파트, 영선동의 흰여울 길 등이 장소가 역사의 기억을 환기시킨다. <친구>, <범죄와의 전쟁>이 부산의 폭력적 이미지를 환기하였다면 <변호인>은 국가폭력에 대항한 민주화의 도시로 이미지로 이끌었으며 <애자>는 애자의 뿌리이자 삶의 무늬를 공간을 통해 드러낸다.

위계적 로컬리티 영화에서 광주와 목포는 민주화 항쟁의 이미지와 해안에 서식하는 폭력배들의 생활이 도상으로 부각된다. 광주라는 민주화 성지로 각인된 공간은 <꽃잎>, <박하사탕>, <화려한 휴가>를 통해서 1980년 역사의 기억을 환기한다. 광주 배경의 영화는 1980년 광주 민중항쟁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하여 비상계엄과 평범한 시민들이 광주를 지키기 위해 계엄군에 맞서는 장면이 관습적으로 재현된다. 광주를 배경으로 한 로컬리티 영화의 관습 장면은 시민군과 계엄군의 투쟁을 다룬 군중 장면이며 시민의 희생을 보여주는 역사적 장면이다. <꽃잎>에서 광주시민들의 군중 신은 살아남은 자들의 ‘광주’를 죄의식과 슬픔 없이 떠올릴 수 없는 저항의 정신이 집약된 장소의 코드이다. <화려한 휴가>는 휴교령이 내려진 전남대 정문 앞에서 등교 중이던 전남대생들과 출입을 제지하는 계엄군이 최초로 충돌하는 역사성의 기표로 작용한다. 한편, <목포는 항구다>는 전라도 목포 지역을 영화 속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목포 지역의 특성에 맞게 바다와 항구의 모습을 배경으로 한 씬(Scene)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항구의 이미지는 떠나보내는 곳이자 남겨진 곳의 의미로 많은 사람과 물품들이 오고가지만 정작 항구라는 장소는 늘 기다리는 공간, 떠나지 못하는 공간, 그리고 목포의 고유한 지역 정서가 담긴 로컬리티를 상징한다.

로컬리티 도시영화의 도상은 지역의 사투리와 어우러져 투박하거나 감칠맛 나는 캐릭터로 묘사된다. 대표적인 로컬리티 영화의 도상은 부산의 어촌, 해안가에서 일하는 어부들이 착용한 방수 앞치마, 긴 장화, 고무장갑 그리고 바람이 많이 부는 바닷가 장면에서 모자 달린 코트와 귀마개, 두툼한 니트 머플러 등이다. <목포는 항구다>에서 등장한 스트라이프 슈트와 원색의 셔츠 등은 지역 특유의 억양과 더불어 강하고 억센 지역민의 이미지를 부각하고 위계적 로컬리티 영화의 도상을 통해 장르적 특성을 부각시킨다.


<참고문헌>
김석수, <21세기 사회에서 로컬리티와 인문학>, 탈근대 탈중심의 로컬리티, 혜안, 2010, 35-36쪽.
바우만 김동해 역, <지구화, 야누스의 두 얼굴>, 한길사, 58-60쪽, 2003.
부산영상위원회 로케이션 DB http://location.bfc.or.kr/search.do
손은하, <한국영화를 통해 본 로컬과 로컬리티>, 한국민족영화, 제34권, 307-333쪽, 2009.
송명희,<부산 배경 영화에 나타난 폭력>,인문사회과학연구 제16권 제1호 부경대학교 인문사회과학연구소, 2015.
한국민족문화연구소, <로컬리티, 인문학의 새로운 지평>, 혜안, 2009.
한국민족문화연구소, <탈근대 탈중심의 로컬리티>, 혜안, 2010.
한국영상위원회 로케이션 DB https://www.filmkorea.or.kr/location/locDBInit
한국영상자료원, 한국영화 데이터베이스, http://www.kmdb.or.kr/index.asp
Z. Bauman, Glocalism-The Human consequences, Cambridge: Policy, 2009(1998)

작성자: 문관규(부산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