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댜오쓰
  분류 : 중국도시문화
  영어 : Pleb/plebeian, loser
  한자 : 屌絲


‘댜오쓰(屌絲)’의 댜오(屌)는 남성의 성기를 속되게 일컫는 말이고, 쓰(絲)는 털을 뜻한다. 이러한 입에 담기 어려운 비속어가 중국 사회에서 유행어로 자리 잡게 된 연유는 다음과 같다. ‘댜오쓰’는 중국 축구 선수 리이(李毅)의 바이두 팬 사이트(百度貼吧)에서 최초로 사용되었다. 이 단어는 원래 리이의 팬들을 폄하하기 위한 의도로 만들어진 것이었지만, 리이의 팬들이 오히려 이 용어를 받아들여 스스로를 지칭하는 데 사용함으로써, 자조와 풍자의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인터넷 신조어가 단순히 리이의 팬에 국한되어 사용되지 않고, 짧은 시간 내에 사회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유행어가 되었다는 점이다. ‘댜오쓰’는 주로 청년들을 중심으로 유행하면서, 영화, 소설, 드라마 등에서도 등장하기 시작했고, 이를 분석하는 글에서도 자주 인용되는 개념이 되었다. 2012년 11월 3일 ⟪인민일보(人民日報)⟫ 중국공산당 제18차 전국대표대회 특집호(十八大特刊)에서 ‘댜오쓰 심리상태(屌絲心態)’라는 단어가 사용되면서, 대중들의 반향을 불러일으켰으며, 이는 댜오쓰라는 개념이 이미 인터넷 하위문화(sub-culture)를 넘어서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보편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댜오쓰’가 구체적으로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잡지 ⟪신주간(新週刊)⟫이 2013년에 댜오쓰를 주제로 한 글들을 따로 모아 출판했던 책 ⟪댜오쓰전(屌絲傳)⟫에 실렸던 글인 <현대한어인터넷사전(現代漢語網絡詞典)>의 해석에 따르면, 댜오쓰는 ‘외모가 평범하고, 수입이 적은 편이며, 뒷배경과 여자 친구가 없는 젊은 남성이 자조(自嘲)하는 칭호’이다.(《新週刊》雜誌社選編, 2013:61) 다시 말해서, 댜오쓰는 외모와 경제적 측면에서 모두 평균 혹은 평균 이하에 속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로, 특히 남성을 주체로 한 개념임을 알 수 있다. 

댜오쓰의 의미가 이렇게 확대될 수 있었던 원인은 중국 사회 현황과 당시에 유행하고 있었던 신조어 ‘가오푸슈아이(高富帥)’와 밀접한 연관을 가진다. 21세기 들어 중국 사회가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중국 현대사회와 구조의 변화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개혁개방 초기에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경제발전과 도시화로 인해 중국 사회 구조가 방추형으로 변화하면서 중산층이 확대되어 다수에게 여러 기회가 제공될 것이라 낙관했었지만, 최근 중국의 빈부격차와 도농격차는 중국인들로 하여금 중국의 사회 구조가 오히려 기존의 피라미드 형태로 되돌아 갈 가능성이 있다는 위기의식을 갖게끔 했다. 1980,90년대 계층 분화가 중산층의 성장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사람들의 보편적 기대와는 달리, 최근에는 오히려 소수의 상층부가 부를 독점하는 새로운 신분등급제가 만들어지고 이것이 공고화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사회 인식은 청년들 사이에서 유행어를 통해 반영되었으며, ‘가오푸슈아이’가 그것이다. 가오푸슈아이는 댜오쓰와 반대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댜오쓰 보다 이른 시기에 인터넷에서 유행했으며, 이 역시 리이 팬 사이트에서 가장 먼저 사용, 유행되어 그 사용 범위가 확대되었다. 가오푸슈아이는 키가 크다는 의미의 ‘가오(高)’, 소득 수준이 높거나 한국식으로 표현하면 금수저임을 의미하는 ‘푸(富)’, 외모가 뛰어남을 뜻하는 ‘슈아이(帥)’가 결합되어 만들어진 단어로, 뜻풀이 그대로 외모, 체격, 경제적 측면에서 모두 뛰어난 남성을 가리키는 말이다. 얼핏 보면 ‘가오푸슈아이’를 어느 사회에나 있는 남성을 지칭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으나, 이 단어에서 파생된 여러 텍스트들을 통해 이 단어의 유행의 이면에는 불평등한 사회 구조에 대한 인식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가오푸슈아이는 모든 측면에서 뛰어나며 이는 모든 것을 독점하는 소수의 상층부와 그 이미지가 중첩된다. 또한 이 소수의 독점은 결국 다수에게 기회가 공평하게 보장되지 못하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다. 때문에 ‘가오푸슈아이’는 부유한 미남에 대한 단순한 찬사가 아니라 모든 것을 독점하는 남성에 대한 부러움과 사회에 대한 불만을 함께 내포하고 있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가오푸슈아이의 연애 대상으로 꼽히는, 가오푸슈아이의 여성 버전인 ‘바이푸메이(白富美)’(피부가 하얗고(白), 경제 수준이 높고(富), 아름다운(美) 여성을 의미)의 등장에서도 알 수 있듯, 가오푸슈아이는 외모, 경제력은 물론 아름다운 여성을 만날 기회까지 독점한다. 때문에 ‘가오푸슈아이’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유행하게 된 ‘댜오쓰’는 외모, 경제력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여성을 만날 기회 조차 박탈당한 사회에 대한 불만의 표현인 것이다.

‘댜오쓰’는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의미의 변화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초기의 ‘댜오쓰’는 부정적인 뉘앙스가 강했는데, 댜오쓰의 가장 주요한 특징인 경제능력의 부재는 소비주의 사회에서 분명히 멸시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2012년 초기에 미디어에 등장한 댜오쓰의 이미지도 공통적으로 경제적 무능함으로 인해, 사랑과 일에 있어서 모두 좌절하는 것으로 형상화되었다.(田香凝, 2012) 하지만 최근 들어 댜오쓰는 돌연 상업적인 요소와 결합하면서, 현재는 오히려 시장경제의 중요한 잠재력을 가진 집단으로 점차 주목 받고 있다. 예를 들어, 11월 11일 싱글의 날(광군제, 光棍節)을 겨냥한 인터넷 쇼핑몰들의 광고는 주로 댜오쓰들을 겨냥하고 있으며, 댜오쓰를 자청하던 누리꾼들은 소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이처럼 경제적 무능함을 내포하고 있었던 폄하의 뜻을 지녔던 댜오쓰가 뜻밖에 경제적인 능력을 발휘하면서, 댜오쓰라는 부호는 성공적으로 최초의 부정적 의미를 벗어날 수 있었다. 이와 동시에 그들이 보여준 소비 역량으로 인해 ‘댜오쓰의 역습(屌絲逆襲)’이라는 표현이 더불어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기존의 폄하와 멸시의 의미는 다소 퇴색되게 되었다.

상술한 바를 통해 알 수 있듯, 댜오쓰는 주로 남성 주체의 형상으로 묘사된다. 경제력 부족으로 인한 애정 문제 발생은 주로 남성 댜오쓰들을 주체로 언급되고 있다는 점에서 두 가지 지점을 발견할 수 있다. 하나는, 댜오쓰는 남성을 대표로 한 경제 집단을 전제하고 있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성공과 실패의 철학이 남성에게만 부여되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최근에는 댜오쓰 앞에 여성을 의미하는 ‘뉘(女)’를 붙여 여성이 스스로를 ‘뉘댜오쓰’라 지칭하는 경우도 증가했고, 때로는 댜오쓰 자체를 남녀 구분 없이 사용하기도 하지만, 남성을 지칭하는 데 훨씬 더 자주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남성 중심적인 개념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참고문헌>
1. http://baike.baidu.com/item/%E5%B1%8C%E4%B8%9D/1415463
2. 최재용, 「저층서사에서 ‘땨오쓰’로—영화『맹정』과 『인재경도』시리즈를 중심으로」,『중국현대문학』, 제66호, 2013.
3. 《新週刊》雜誌社選編:《<新週刊>2012年度佳作·屌絲傳》,桂林:灕江出版社,2013年。
4. 田香凝:《“屌絲”媒介形象建構研究》,《東南傳播》,2012年第10期。
5. 林品:《從網衆亞文化到共用能指——“屌絲文化”研究》,北京大學碩士學位論文,2013年。

작성자: 권도경(서강대 중국문화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