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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적 도시공동체
  분류 : 서양도시사
  영어 : Ideal city, Ideal community
  한자 : 理想的 都市共同體


이상도시에 대한 인간의 염원은 역사 이래 낯선 것이 아니다. 성경에 나오는 바벨탑에서부터  도원명의 도화원에 나오는 무릉도원, 영국 작가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까지 이상적 도시공동체의 역사는 유구하다. 이상도시는 각 시대의 사회문화적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플라톤은 완벽한 철인이 지배하는 도시국가를, 토마스 모어는 가톨릭교회의 부패와 타락을 고발하면서 유토피아, 즉 ‘아무 곳에도 없는 나라’를 제시하였다. 이상적 도시공동체는 종교적, 정치적, 환경적 등의 다양한 목적과 형태로 계획되었다.

중세 유럽의 도시는 대부분 그리스의 격자형과 로마의 원형방사형이 혼재되어 있는 형태를 띤 불규칙한 모습으로 발전하였기 때문에 이상도시에 대한 계획이 상상되고 실현되기 시작한 것은 르네상스 시대 이후라고 할 것이다. 르네상스 시대는 완벽히 조화를 추구하였는바 비례, 질서를 상징하는 원과 정방형의 형태가 도시의 이상적 형태로 생각되었다. 대표적 도시계획으로는 바레르릴노(Averlino)의 스포르진다(Sforzinda)가 있다. 이 도시계획의 기본적 형태는 두 개의 정사각형을 각 모서리가 똑같은 거리를 두고 겹쳐져 생겨나는 별모양의 형태이다. 우주의 형상과 인체의 비례를 반영하고자한 스포르진다는 중앙 집중형의 가로망을 가지는 도시이다. 10층 높이의 탑이 외측의 정점에 계획되어있어 도시의 중심성이 시각적으로 강조되었다. 스포르진다가 현실에 구현되지 못한 반면, 이상적 도시에 대한 열망은 베니스 동북쪽에 건설된 팔마노바(Palmanova)에서 스카모치(Scamozzi)에 의해 구현되었다. 팔마노바는 베니스를 방어하기 위한 요새형의 도시로 건설되어 도시 외곽은 9각형, 내부 중앙에는 6각형 형태의 광장이 배치되었다. 바로크 시대 도시계획의 주된 목적은 도시개조와 절대 왕권을 표현하는 왕궁을 위한 기념비적 도시를 건설하는 것이었다. 도시에 강한 중심축과 좌우대칭으로 대표되는 기하학적 요소가 중요시 되었고 방대한 직선가로에는 기념비적 건축물이 배치되면서 도시가 권력을 드러내는 장소가 되었다.

근대 이상적 도시공동체와 이상도시에 대한 열망은 산업혁명 이후 전통적 공동체를 급속히 해체하면서 나타난 사회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수단으로 유토피아적 급진 사상가들에 의해 제시되었다. 유토피아 사회주의자들은 개인의 이기주의를 극복하는 상부상조와 비윤리적 시장을 극복하는 도덕 경제를 중시했기 때문에 사회란 산업적인 동시에 인간적이어야 했다. 아무런 사회적 기여도하지 않는 소수의 자산계층이 다수의 노동대중을 지배하는 사회는 정의롭지도 합리적이지도 않은 낡은 것이자 극복되어야 할 대상이었다. 도시와 국가의 동일성을 의심하지 않은 유토피아 사회주의자들은 자신들의 이상적 도시공동체를 현실에 구현하고자 다양한 실험을 전개하였다. 1840년대 유토피아 사회주의자를 비롯한 공산주의자, 개혁가 들은 도시를 미래의 좋은 사회가 되어야 할 어떤 것의 기반이 되는 하나의 정치적, 사회적, 물질적 유기체 형태로 간주하였다.

공리주의적 환경 개조론자인 로버트 오웬(Robert Owen)은 공평성, 정의 개방성, 균형감의 원칙에 따른 재화의 분배를 강조하였다. 스코틀랜드 뉴라나르크의 대규모 면방직 공장의 소유주였던 자신의 고용 노동자들에게 사회 보장제와 무료 교육을 제공하도록 자신의 공장을 재직했다. 이후 오웬 ‘이성에 의한 혁명’을 주장하면서 협동주의적 사회주의의 가능성을 모색하면서 1824~29년 사이 유럽을 떠나 미국의 인디애나 주에 3만 에이커의 땅을 인수해 뉴하모니(New-Harmony)를 건설하였다. 하지만 뉴하모니의 실험은 오래 지속되지 못했고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

부르주아 문명의 이단자로 평가받는 샤를 푸리에(Charles Fourier) 역시 하모니 세계를 꿈꾸며 농업중심의 자족적 공동체인 팔랑스테르(Phalanstère)를 계획하였다. 문명을 물질적 빈곤과 감성적 억압의 결과이자, 건강하고 열정적인 본능에 대한 조직적인 억압 시스템으로 생각한 푸리에는 이상적 공동체에서는 인간노동을 유쾌한 유희로 전환 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의 계획에 의하면 팔랑스테르는 필요성, 효용성, 쾌락성의 원칙 아래, 약 1,700~800여명의 주민으로 구성된다. 푸리에는 팔랑스테르에서 개인의 차이에서 오는 빈부 격차는 존재하지만 최저생계 보장 제도를 통해 모든 공동체의 구성원이 소비와 여가를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라 주장하였다. 임금제 폐지와 완전한 성적 평등이 포함된 이상공동체를 향한 푸리에의 계획은 한 번도 현실에 구현되지는 못하였지만 다양한 유토피아 사회주의자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오웬과 푸리에, 또한 그들의 추종자들이 계획한 실험이 실패로 귀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상적 공동체를 향한 도전은 지속되었다. 푸리에에게 영향을 받은 고댕(Jean-Baptiste André Godin)은 프랑스에 기즈(Guise)에 파밀리스테르(Familistère)라 불린 공동체를 현실에 구현하였다. 팔랑스테르를 계획하는데 있어서 고댕은 도덕과 노동의 가치를 강조하고 협동조합과 협회의 기능을 중시하였다. 또한 그는 빈곤의 소멸을 위한 사회적 상호부조가 국가의 책무이라 간주하고, 사회적 관계와 더불어 국가 간에서 발생하는 폭력을 거부하였다.

1846년 엔느(Aisne)도에 건설된 파밀리스테르는 고댕이 부엌용 화로 및 난로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주택단지로 건설되었다. 1853~54년 사이에 미국의 텍사스에서 이상적 도시공동체를 건설을 실패한 이후 고댕은 1957년 자신의 공장 노동자들을 위한 파밀리스테르 건설에 착수하였다. 파밀리스테르는 단순한 주택시설은 아니라 주거 시설과 공장을 포함하는 공동체를 의미한다. 여기에는 소비, 의료, 교육, 여가를 위한 다양한 공동 시설이 설치되었을 뿐 아니라 ‘자본과 노동의 협동조합 협회’가 공장과 주거단지의 운영에 참여하였다.

고댕에게 파밀리스테르 내 건설된 공동주택인 사회궁전(Palais social)은 단지 좁은 택지에 많은 인구를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주택시설이 아니었다. 그는 공동 주택 단지가 거주라는 단순 기능을 넘어 개인과 가족을 바탕으로 모든 사회적 요소를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한다고 생각하였다. 1859년부터 사회궁전 건설이 시작되면서 1859~60년에 건설된 왼쪽 건물과 1862~65년에 건설된 중앙 건물, 그리고 1877~79년에 건설된 오른쪽 건물에는 1,800~2,000명의 인구를 수용할 수 있는 주택이 자리 잡았다. 4층으로 건설된 각 건물의 주책은 공기와 빛이 쉽게 순환하도록 설계되었다. 각 층에는 발코니가 있었고 반대쪽에는 회랑이 있어 모든 주택을 연결하였다. 이러한 건물의 구조는 공동체적 사회성을 함양할 수 있게 배려되었다. 한편 사회궁전의 부속건물에는 여러 생활 서비스 시설들인 수유소, 탁아소, 식료품가게, 카페, 극장, 학교, 목욕탕, 수영장 등이 들어섰다. 유치원과 학교가 들어선 부속건물에서 아동들은 14세까지 의무적인 교육이 무상으로 제공되었고 성인들에게는 평생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또한 여성에게 부여되었던 가사노동과 자녀교육은 사회화 되어서 공동 식당과 공동 육아시설이 그 기능을 수행하였다. 노동의 덕목과 도덕의 향상을 위한 각종 축제와 문화생사, 체육 행사가 활발히 전개되었는데 이러한 활동은 모두 주민들이 구성한 사교클럽이 중심이 되어 수행하였다. 팔랑스테르의 운영은 행정위원회, 노동위원회, 주민 대표자회의 등이 담당하였고 의료, 교육, 상호부조 기금, 소비 협동조합 등은 각각의 관련 위원회가 결정하였다. 고댕은 이상적 공동체를 운영하는데 있어서 자본과 노동이 동등하게 결합해 생산, 분배, 소비, 주거 등 모든 영역을 협동조합적 방식으로 운영하고자 하였다.


<참고문헌>
김성도, 『도시 인간학: 도시공간의 통합 기호학적 연구』, 안그라픽스, 2014.
민유기, 「고댕의 파밀리스테르 이상적 공동체-유토피아 사회주의와 사회경제학의 결합」, 『프랑스사 연구』, 12호, 2005.
신지은, 「푸리에의 팔랑스테르를 통해 본 노동과 열정, 정치와 문화의 관계」, 『인문연구』, 78호, 2016.
송대호, 「서구 이상도시의 시대별 유형적 특성에 관한 연구」, 『대한건축학회연합논문집』, 63호, 2014.
Françoise Choay, Urbanisme, Utopies et réalité(Paris: Seuil), 1965.

작성자: 문종현(세종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