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 도시’에 대한 논의는 공정성에 대한 담론 및 공정성과 도시와의 관계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존 롤스의 『공정으로서의 정의』에서는 사회 안에서 권리와 의무를 배분하고 사회적 협력으로 인해 생성된 이익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공정으로서의 정의’를 설명하였다. 자유주의적 평등주의를 제시하면서 결과로서의 평등이 아닌 그 결과에 이르는 절차와 형식에 초점을 맞추어 공정과 정의를 설명하고 있다.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에서는 ‘기회의 평등’, ‘결과의 평등’이 아닌 ‘조건의 평등’으로서 공정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능력으로 구분된 직업의 위계가 아닌 각각의 직업에 사회적 존경이 부여될 수 있도록 서로를 이해하고 타협하여, 공동의 삶을 함께 영위하는 조건의 평등을 제안하고 있다.

사회적 체계 안에서 공정을 바라보는 관점은 도시 안에서의 공정성 논의로 전환될 수 있다. 앙리 르페브르의 『도시에 대한 권리』에서는 자본주의 경제체제 안에서 도시 거주자들이 도시로부터 격리되는 현상을 바라보면서, 도시를 ‘소유될 수 없는 전유의 권리’로 설명하면서 도시 공간을 시민의 공동 작품으로 일상적 향유, 사용의 권리를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은 데이비드 하비의 『반란의 도시』와 연결되어, 도시는 본래 잉여생산물이 사회적, 지리적으로 집적되는 과정에서 발생했기에 도시화는 언제나 일종의 계급현상이라고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도시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도시의 빈곤과 사회적 불평등을 근절하고 파멸적 환경 악화로 인한 상처를 치유하고자 도시권을 주장하고 있다. 마이클 소킨의 『정의로운 도시』에서는 숨가쁘게 일어나는 도시의 변화 속에서 형평성이라는 문제를 제기하면서, 공간과 도시민, 권력을 분배하는 도시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서울연구원의 『공정성 담론과 서울 공정도시지표』에서는 공정성을 ‘기회의 공정성’, ‘절차의 공정성’, ‘결과의 공정성’으로 구분하고, 5개 영역(기회균등, 제도 규칙, 자유 보장, 형평, 사회안전망)의 37개 지표로 구분하여 서울의 공정도시지표체계를 설정하였다. 2020년 서울시민의 공정성 인식 조사에 따르면 61.2%가 ‘불공정하다’고 응답하였고 9.4%만이 ‘공정하다’라고 답하였으며, 시민이 생각하는 공정성은 평등·선별보다는 능력·노력에 따른 분배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공정 도시’에 대한 논의는 다층적인 특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평등, 형평, 정의, 투명성, 개방성 등의 기타 공공가치와 연계되어 사용되고 있다. 2020년 전후 한국사회에서는 공정의 개념이 사회 전체 차원의 공정이 아닌 개인 차원의 공정으로 변화되어 사용되고 있다(박찬수, 2021). 사회적 약자에 대한 결과의 평등을 용인하지 않으며, 능력주의 기반의 경쟁 과정을 통한 공정에 집중하고 있다. 공익보다는 개인의 권리를 우선시하며, 절차적 공정에 기반한 능력주의적 결과를 공정하다고 받아들이고 있다(서울연구원, 2020). 과거에는 공정한 도시와 관련한 이슈로서 ‘사회적 체계 안에서의 불평등’에 초점을 맞추었으나, 최근에는 개인주의와 능력주의에 기반한 개인적 분배의 차원으로서 공정성을 바라보는 현상이 강화되는 것이다. 정치·사회철학과 사회이론의 공간적 선회를 주창한 ‘에드워드 소자(Edward. W. Soja)’는 도시공간을 ‘자본주의적 부정의와 정의가 겹쳐지는 대표적 공간’으로 보았다(곽노완, 2010).

‘공정 도시’에 대한 담론은 자본주의 기반의 도시화와 도시화 과정에서의 분배 문제와 연결되어 공정성과 함께 논의되고 있으며, 시대와 문화, 환경에 따라 더욱 다양화, 세밀화, 복합화할 것이다.

참고문헌:

데이비드 하비, 한상연 옮김, 『반란의 도시』, 에이도스, 2014.

마이클 샌델, 함규진 옮김, 『공정하다는 착각』, 와이즈베리, 2020.

마이클 소킨, 조순익 옮김, 『정의로운 도시』, 북스힐, 2019.

조권중, 최지원, 『공정성 담론과 서울 공정도시지표』, 서울연구원, 2020.

존 롤스, 김주휘 옮김, 『공정으로서의 정의: 재서술』, 이학사, 2016.

곽노완, 「도시 및 공간 정의(正義)론의 재구성을 위한 시론 - 에드워드 소자의 ‘공간정의’론에 대한 비판적 재구성을 위하여」, 『철학사항』, 제 49권, 2013.

박찬수, 「‘평등’사라진 ‘공정과 정의’, 정통 진보를 할퀴다」, 한겨레신문, 2021-02-08

Henri Lefebvre, La Proclamation de la Commune, Paris: Gallimard, 1965.

Soja, Edward E., Seeking Spatial Justice, University of Minnesota Press. 2010.

작성자: 김준우(대구대 건축공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