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학파의 루이스 워스(Louis Wirth)는 『생활방식으로서의 도시성(Urbanism as a Way of Life)』(1938)에서 도시를 “이질적인 사람들이 조밀하게 거주하는 대규모의 영속취락”으로 정의한 바 있다(Wirth 1938:1). 그는 도시의 규모가 커지면서 사람들 사이의 친밀한 관계가 줄어들고 익명성에 기반한 피상적이고 일시적인 관계가 증가했다고 보았다. 따라서 도시는 개인에게 한편으로는 자유와 해방감을 주면서도 동시에 비인간적인 관계 그리고 사회적 고립과 공동체 의식의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여겨졌는데, 이러한 논의는 20세기 초 급격한 산업화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팽창하던 도시화의 흐름 속에서 많은 공감을 얻었다. 도시는 촌락과 대비되는 사회적 유대감이 약한 공간으로 여겨졌고, 도시가 잃어버린 인간성과 공동체적 가치의 회복은 중요한 과제로 부상했다.
도시 공동체에 대한 열망은 20세기 중반 도시를 구성하는 이주자 집단에 대한 연구를 통해 일부 해소되었다. 시카고 학파의 도시에 대한 우려 어린 시선에도 불구하고 많은 연구자가 도시에서 여러 형태의 공동체성을 발견하기 시작했는데,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도시 이주자 집단이었던 것이다(Whyte 1943). 이러한 사례 연구들은 도시에서도 사람들이 서로 유대하고 관계를 맺으며 공동체성을 키워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다만 이러한 연구들 속에서 대부분의 도시 공동체는 촌락 공동체와 달리 지리적 경계를 기반으로 형성되는 것은 아니었다는 점에서 시카고 학파의 전제와 전적으로 대조된다고 볼 수는 없었다. 그리고 그러한 지점에서 아직 촌락 공동체와 같이 근린을 범주로 한 ‘마을’은 도시에서 구성되기 어려운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도시 공동체와 촌락 공동체 구분의 경직성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대두되면서 ‘도시 마을(urban village)’ 개념이 부상했다(Redfield 1955). 도시라는 조건이 언제나 사람들로 하여금 도시적 특성, 즉 익명의 파편적인 관계성을 이끄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촌락에서 도시적 관계가 포착되기도 한다는 점이 지적된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도시에서도 장기 거주자의 경우 지역을 기반으로 자신들의 생활양식을 유지하며 공동체성을 구성할 수 있는데, 허버트 갠스(Herbert Gans)는 이러한 도시민을 ‘도시 마을주민(Urban villager)’로 지칭하며 ‘도시 마을’ 개념을 제안했다.
갠스는 『The Urban Villagers: Group and Class in the Life of Italian-Americans』(1962)에서 특정 도시 지역에 거주하는 이탈리아계미국인 노동 계급 공동체의 삶의 방식과 사회적 관계망을 묘사하기 위해 ‘도시 마을주민(urban villager)’ 개념을 사용했다. 그는 보스턴 웨스트 엔드(West End)지역에서의 참여 관찰을 통해 이 지역이 겉보기에는 낙후되어 있어도 내부적으로 매우 응집력 높은 공동체성을 가지고 있음을 제시했다. 그는 이 연구를 통해 도시 마을의 특성을 네 가지로 정리했는데, 그 특성에 의하면 도시 마을은 강한 비공식적 사회망을 바탕으로 문화적 유사성을 공유하는 공동체 중심의 삶에 집중하는 공간으로 공동체의 기반이 되는 물리적 환경을 파괴하는 도시 재개발을 비판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도시 마을은 촌락 공동체와 유사하게 긴밀한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는 실존하는 공동체로 이해된다.
도시 마을 개념은 촌락 공동체와 일치하는 개념으로 이해되기 보다는 일종의 메타포로서 “산업화와 도시화 과정 속에서도 여전히 전통사회에서의 마을에 대한 열망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권혁희 2013: 125). 실제로 ‘마을’이라는 개념은 한동안 도시계획에서 활발하게 사용되어 왔다. 대표적으로 일본의 ‘마치즈쿠리 (まちづくり)’에서 유래하여 1990년대 이후 한국 사회에서 널리 활용되었던 ‘마을 만들기’ 와 같은 개념은 도시 속에서 전통사회와 같은 공동체성을 구현하고자 하는 열망의 표현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이러한 ‘도시 마을’에 대한 열망은 한 때 도시의 균형적인 개발을 위한 혁신적인 방식으로 여겨졌지만,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나 지속가능성 등의 문제로 현실 구현성에 어려움을 겪으며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참고문헌>
권혁희, “서울에서 마을 찾기: 도시마을은 어디에 존재하는가?: 도시마을은 어디에 존재하는가?”, 민속연구27, 2013
Gans, Herbert, The urban villagers:group and class in the life of Italian-Americans, Free Press of Glencoe, 1962.
Redfield, Robert., The Little community,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56
Whyte, W. F., Street corner society: The social structure of an Italian slum,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43
Wirth, L., “Urbanism as a Way of Life”, American journal of sociology, 44(1), 1938
작성자: 이소영(서울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