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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과 이주
  분류 :
  영어 : Immigration and Migration
  한자 : 移民과 移住


도시 공간이 유지되고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언제나 새로운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유입되어왔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보아, 도시는 번창하는 농업경제에 연결된 사람들이 농업이 아니라, 주로 상설 시장에 관련된 수단들을 통해서도 스스로 생존할 수 있음을 깨달으면서 발전했다. 이들 시장 소재지들은 점점 성장하면서 주변 농업지역에서 더 많은 사람들을 끌어올 수 있었다. 이러한 유형의 인구 이동은, 국경 ‘내’에서 사람들이 이동하는 것이기 때문에 오늘날에는 ‘이주(migration)’라고 부른다. 이와 대조적으로 ‘이민(immigration)’은 국경을 ‘넘어’ 이동하는 경우를 가리킨다. 많은 측면에서 이주와 이민의 과정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도시와 교외, 나아가 대도시권 전체의 생명줄 역할을 하고 있다.


노동자 Laborers

유럽에는 자국 노동자들의 공급을 초과하는 노동수요로 인해, 최소한 이론적 차원에서는 ‘일시적이라는 전제'하에서, 외국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조국을 떠나 시민권 없는 ‘손님’(guest)으로서 인입국(host country)에 거주하도록 허용하는 제도를 갖추어야만 했던 나라들이 많았다. 이런 초청노동자(guest worker) 제도는 1970년대와 1980년대 독일에서 광범위하게 활용했고, 이에 따라 수십 만 명의 터키 남성노동자들이 가족과 함께 초청받았다. 영국에서는 16세기 후반 이래 대영제국과 영연방(the Commonwealth) 출신 이민자들의 유입이 끊이지 않았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식민 모국’이 자국민들이 저급으로 여기는 일자리를 채우지 못해 신음하자, 신영연방(New Commonwealth; 인도아대륙과 카리브 해 Indian sub-Continent and Caribbean)1)으로부터 이민이 더욱 급속히 증가했다. 이민자들은 대부분 런던과 그 교외 또는 특히 섬유산업 같은 특정 부문의 노동력 부족이 심각했던 도시들에 거주했다. 런던 동부에는 18세기 혁명의 공포로부터 탈출한 프랑스의 위그노(Hugenots)에서부터, 19세기 중부 및 동부 유럽에서 박해를 피해 온 유태인들, 20세기 중반에는 의류산업 부문에서 국제 노동 분업의 최하층 노동자로 충원된 방글라데시인들에 이르기까지 이주가 계속되었다.

초청 노동자들(guest workers)은 명목상 임시적 지위만을 부여받았지만, 그들이 유럽 국가들에게 미친 충격은 결코 적지 않았다. 한 때 민족적 동질성이 비교적 강했던 독일인들은 자국에서 자행된 홀로코스트(holocaust) 시기에 벌어진 인종청소의 악몽을 떠안고 있으면서도, 이제 무슬림과 같이 매우 상이한 종족과 함께 다문화 사회에 살고 있다. 이는 특히 상당히 넓은 터키계 구역이 존재하는 베를린, 프랑크푸르트, 함부르크 같은 도시들에서 그러하다. 일부 유럽 국가들은 무슬림 정치권력이 성장하는 것을 실제로 두려워한다. 이들 국가들의 대부분은 인종적 소수자에 대해 관용을 베푼 역사가 길지 않다. 미니애폴리스나 시카고 같은 미국의 북부 도시들에도 상당한 규모의 멕시코계 공동체(community)가 존재하는데, 이는 광대한 지역에 펼쳐진 농업분야에서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은 값싼 노동자들에 대한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히스패닉계는 선거구나 출신국의 차이 그리고 지지 정당에 따라 이해관계가 갈라져 있지만, 현재도 유권자로서 중요할 뿐 아니라 그 숫자도 늘고 있다.


전통적인 이민자들 Traditional Immigrants

이들은 다른 나라에 영구적 정착을 희망하는 사람들로, 가진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정착 대상 국가의 지인이나 친척에게 도움을 요청하곤 한다. 이민에 필요한 법적 절차의 성패를 결정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인맥인데, 인맥 이외에는 이 이민 희망자들이 지원을 받을 다른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인입국의 종족적 공동체들(ethnic communities)은 이민 1세대 다음으로도 새로운 이민자들이 지속적으로 충원되기 때문에 계속 성장을 하게 된다. 이러한 방식으로 다양한 종족 지역들이 출현해, 미국 도시 지형의 독특함을 형성했다.


전문직 및 중산층 경제 이민자들 Professional and Middle-Class Economic Immigrants

1970년대 후반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고급 기술을 가진 다른 나라 사람들의 이민을 허용해왔다. 최근에는 이런 전문직 및 중산층 이민자들이 전통적인 이민자들을 압도하고 있다. 예컨대 1970년 센서스에서 미국 출생의 아시아인은 아시아계 미국인의 3분의 2를 차지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은 1980년 센서스에서 그 비율은 역전되어 해외에서 이주한 아시아인들이 전체 아시아계 미국인의 70%를 점했다. 미국의 사례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이 집단 내 구성의 변화이다. 중국, 타이완 및 일본 출신 이민이 많았던 이전과는 달리 1970년 이후에는 인도와 파키스탄, 홍콩, 한국 출신 이민자들이 점점 늘고 있다.

아시아인들의 탈영토화와 이민은 특히 미국과 캐나다, 영국의 도시 지역에서 커다란 변화를 초래했다. 도시 내 재영토화(re-territorialization)로 새로운 소수인종 지역이 생겨나거나 기존의 주거지구가 확장되어 도시 내 다양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신규 이민자들의 장소 만들기(place-making)와 이중의 혹은 다수의 민족성에 기초한 정체성 확립 시도 역시 이민 인입국 문화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고 있다.


1) 구영연방(Old Commonwealth)은 크롬웰 시대의 영연방(The Cromwellian Commonwealth), 즉 당시 수립된 공화국으로서의 영국(Commonwealth of England)이다. 신영연방(New Commonwealth)은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제국주의 시대 이래의 영연방을 의미한다.


<참고문헌>
Ames, M. 1998. ‘Museums and the Culture of Uprootedness’ Unpublished paper, 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
Appadurai, A. 1990. ‘Disjuncture and Difference in the Global Cultural Economy’ Public Culture 2(2): 1-24.
Clifford, J. 1997. Routes; Travel and Translation in the Late Twentieth Century. Cambridge, MA: Harvard University Press.
M. 고트디너와 레슬리 버드 저, 남영호, 채윤하 역, 도시인문학총서 16, <도시연구의 주요개념>(라움, 2013), pp.107-114

작성자: 신재진(서울시립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