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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럼과 판자촌
  분류 :
  영어 : Slums and Shanty Towns
  한자 :


슬럼(slum)이란 주택공급은 부족하고 주민들은 가난하며 지역사회의 기능들은 부족한 곳으로서 인구가 집중되어 있는 고밀도의 거주 구역을 의미한다. 대개 노후화된(deteriorated) 주택의 존재가 가장 눈에 들어오므로 이를 우선시하지만, 그런 측면 외에도 슬럼은 부족한 공공 서비스, 열악한 의료와 교육 환경 그리고 주민에 대한 주류 사회의 일반적인 멸시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 결과적으로 슬럼은 부족한 주택‘만이 아니라’ 부족한 지역사회 서비스, 민간 부문의 상점들, 의원과 같은 전문 시설도 문제인 구역이다. 슬럼 주민들은 공통적으로 인종적인 차별을 받고 경제적으로 빈곤한 상태이다. 일반적으로 이 구역의 보건 문제는 과밀인구와 값싸고 신선한 음식의 부족, 전문적인 의료지원의 결여가 결합되어 발생한다. 슬럼 거주지는 모든 개발도상국에서 도시 인구의 30% 이상을 보인다. 중동이나 아프리카에서의 몇몇 경우에는 그 비중이 60%를 육박하기도 한다.


비공식 주거 Shanty Towns – Informal Housing

판자촌(shanty town)이 슬럼일 수도 있지만 이 둘은 서로 다르다. 판자촌은 사람들이 ‘비공식적으로’, 즉 무단 점거하는 방식으로 이주해서 비합법적 수단과 건축 자재들을 사용해 집을 지어 형성된 도시 구역이다. 개발도상국에서는 농촌에서 도시로의 대규모 이주로 인해 도시의 저소득 가구들이 감당할 수 있는 주택이 부족해지면서 이러한 무단거주자(squatter) 정착지가 확산되었다(UNCHS, 1999). 개발도상국에서는 단순히 도시 이주민들이 너무 많아 민간부문이나 공공부문이 적절한 주택이나 숙소를 제공할 수 없는 경우도 생기기에 많은 가구들이 무단점유 정착지들로 모여들게 되었다. 세계 각지에서 판자촌은 파벨라스 favelas (브라질), 부스티스 bustees (인도), 바리아다스 barriadas (멕시코), 포블라시오네스 poblaciones (칠레) 등과 같은 여러 가지 이름이 붙여져 있다. 다양한 이름이 붙어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무단 점거 정착지들(squatter settlements)에서는 공공보건의 빈번한 위기, 범죄, 극빈 문제 등이 제기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부 국가에서는 이곳에다가 학교를 지어줄 수 없기 때문에 다음 세대의 미래마저 기약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판자촌에는 또 다른 얼굴이 있다. 주거조건이 좋지 않기 때문에 많은 주민들은 시간제로 일하거나 비공식 부문의 경제에서 일자리를 구한다. 모든 집들을 거기에 현재 거주하는 가족이 지은 것은 아니다.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정착지를 건설한 경우도 많다. 대다수의 판자촌 거주자들은 셋집에서 산다(Datta, 1990). 도시 빈곤층은 판자촌의 생활조건이 열악하더라도 그곳에서 값싼 셋집을 찾는다. 판자촌들은 흔히 노동계급이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의 주택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장소이다. 값싼 임대 숙소의 수요가 아주 많고 주택의 품질에 대한 통제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라틴 아메리카 도시에서는 비공식 정착지 주택의 압도적인 숫자는 임대이다(UNCHS, 1996: 218). 도시의 저소득 빈곤층 노동자와 농촌에서 도시로 이동하는 이주민들의 수가 계속 증가하는 상태이고, 이들이 숙소를 얻을 수 있는 곳이 비공식 정착지이기 때문에 그 숫자는 전체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사회 공간적 네트워크가 활발하게 작동하고 있어 도시 지역에 막 도착한 신규 이주자들이 일자리나 다른 사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도 바로 이러한 무단 점거 정착지들이다.

눈으로 보이는 비공식 정착지의 이미지는 황폐함이기 때문에 이곳은 가망이 없고 무질서한 거주지라고 생각하기가 쉽다. 비록 대부분의 비공식 정착지에서 도시 서비스와 사회기반시설의 결핍 같은 사회적 문제들이 지속되더라도 사례 연구들은 이곳이 활력과 생동감이 넘치는 공동체라는 것을 보여준다(Aina, 1990). 이런 곳에서의 삶은 도시 경제에서 완전히 주변적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판자촌 주민들의 주변성은 대개 신화에 불과하다(Perlman, 1976). 수많은 판자촌들은 부동산 투자를 비롯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이곳은 도시 이주민이 소규모 사업을 시작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판자촌들은 또한 중소기업 공장의 입지장소일 수 있다. 게다가 최근 글로벌 경제의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다국적 기업의 침투는 개발도상국의 하청화를 보강해준다(Safa, 1987). 이러한 수직적 해체 현상은 판자촌을 글로벌 경제에 통합해 새로운 제조업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또한, 그것은 해당 지역 기업가들에게 도움이 된다.

판자촌 생활의 특성 중 무엇이 긍정적이고 또 무엇이 부정적인지에 관한 논쟁이 연구자들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예컨대 재니스 펄만(Janice Perlman, 1976)은 이들 지역의 긍정적 기능 여섯 가지를 제시한다. 그것은 (1) 무료 주택, (2) 이주민 정보 안내 센터, (3) 가내 공업의 고용, (4) 사람들이 직장 가까운 곳에서 머물 수 있게 해주는 도시 내의 이동성, (5) 힘든 시기에도 사회적 지원과 공동체가 함께 한다는 감정, (6) 부동산 투기를 위해 판자촌 건설에 투자하는 소규모 기업가들에 대한 보상이다. 그러나 모든 연구자들이 판자촌의 긍정적 양상을 강조하는 것은 아니다.

과거 개발도상국들은 대개 판자촌들을 경시하여 역기능을 가진다고 보았다. 판자촌이 긍정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또한 최선의 정책을 통해 개선되어야 할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도 옳다. 슬럼 거주지들은 불법이이서 언제라도 철거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주민들은 일자리를 갖고 있지만 자기 집에 투자하지 않는다. 그들은 경제적으로 감당할만한 다른 장소를 찾을 수 없기 때문에 거기에서 산다. 이러한 슬럼에 대한 행정기관의 대응은 보통 철거이거나 퇴거이다. 그러나 값싼 주택의 수요가 여전히 존재하는 인도에서 이런 조치는 다른 곳에서 슬럼이 재출현하게 되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최근, 인도에서는 지역사회의 자산에 기초한 계획을 수립했다. 다른 곳으로 이주하는 것이 아니라 판자촌 지구들을 개선해 그곳의 생활조건을 적합하게 만든다는 발상이었다. 지역사회의 기존 사회기반시설을 적극 활용하자 서비스는 개선되었다. 인도 정부의 프로그램에는 지하 하수도의 건설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주민들에게 정말 필요한 개선책이므로 아주 중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무단 점거자들이 현재 살고 있는 땅을 구입하도록 허용하는 정책도 역시 중요하다. 이는 주택 개선을 촉진하는 경제적 유인책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판자촌의 교통 사회기반시설 개선은 노동자들로 하여금 공식 경제의 일자리에서 계속 일할 수 있게 해준다.


<참고문헌>
Anklesaria, S. 2002. ‘Improving Urban Shanty Towns’ Architecture Week, 21 August 2002.
Aina, T. 1990. ‘Shanty Town Economy: The Case of Lagos, Nigeria’ in S. Datta (ed.) Third World Urbanization. Stockholm, Sweden: HSFR. pp. 133-48.
Datta, S. (ed.) 1990. Third World Urbanization. Stockholm, Sweden: HSFR.
Perlman, J. 1976. The Myth of Marginality: Urban Poverty and Politics in Rio de Janeiro. Berkeley, CA: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Safa, H. 1987. ‘Urbanization, the Informal Economy and State Policy in Latin America’ in M. Smith and J. Feagan (eds) The Capitalist City. Oxford, UK: Blackwell. pp. 252-74.
United Nations Center for Human Settlements (UNCHS), 1996. An Urbanizing World. Oxford, UK: Oxford University Press.
M. 고트디너와 레슬리 버드 저, 남영호, 채윤하 역, 도시인문학총서 16, <도시연구의 주요개념>(라움, 2013), pp.219-224

작성자: 김진곤(서울시립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