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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공간적 접근
  분류 :
  영어 : Socio-spatial Approach
  한자 :


도시 분석의 사회 공간적 접근(socio-spatial approach)은 1960년대 후반에 시작된 패러다임 변동에서 비롯되었다(Lefebvre, 1991). 그 이전에는 사회학자와 지리학자 사이에서 ‘인간 생태론’(human ecology)이라고 하는 관점으로 도시화 과정을 파악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Gottdiener, 1994; Gottdiener & Hutchison, 2000). 이데올로기적인 편향이 있는 인간 생태론은 동식물계 현상을 탐구하는 생물학 기반의 수사를 차용하여 사회적 과정과 공간적 과정의 관계를 설명했다. 인구 분산과 개발 같은 도시적 유형들을 복잡한 사회조직 양식에서 기인하는 계급과 인종 그리고 성에 기반을 둔 사회적 관계들의 산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환경에 대해 유기적으로 순응하는 ‘적응’ 과정으로 보았다. 그러므로 적응을 강조하는 인간 생태론은 1960년대 및 세계 자본주의 체제가 변화한 결과 그 이후 발생한 장기간의 탈산업화 시기에 나타나는 도시의 갈등을 이해하는 데 부적합했다.

1980년대에 이르러 여러 학문의 영향을 받은 도시 연구자들의 출판물이 쏟아져 나오면서 ‘신 도시사회학(new urban sociology)’이라는 이름의 대안적인 접근이 출현했다. 이 용어는 변종들도 많고 그 정의도 불분명했기 때문에, 1990년대에는 ‘사회 공간적 접근’이라는 패러다임이 도입되었다(Gottdiener & Hutchison, 2000). 도시 연구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의 핵심 개념은 정주 공간의 형태가 경제조직 양식과 연관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것은 도시의 성장 단계와 특정한 경제 발전 단계가 정확하게 맞아떨어진다는 식의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공간적’ 사회조직을 규정하는데 중요한 핵심적인 공간 유형들이 그것들과 상호 연관된 ‘사회활동’ 조직양식의 정치적, 사회경제적, 문화적 특성들의 특정 양상들과 연관된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사회 공간적 접근에 따르면 도시의 발전단계는 사회의 정치, 경제적 변화들과 관계가 있다. 미국의 경우, 도시 형태들은 자본주의 발달의 국면들에 따라 출현하고 변형되었다.

이러한 발전의 역사에 대해 패러다임의 변동 전에는 교통기술의 변화가 토지이용 유형의 변화를 불러일으켰다는 주장이 일반적이었다. 예컨대 현재 미국 토지이용의 교외화 유형은 자동차의 대량 도입에 기인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점이었다. 그러나 이런 관점은 구시대적이며 시대착오적이다. 부동산은 다른 가능성에 비해 투자처로서 매력이 더 있기 때문에 특히 미국에서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설명이 훨씬 더 정확하다. 토지에도 자유시장이 작동하기 때문에 개발업자와 투기자들은 성장을 추구하는데 도움이 된다면 그 어떤 기술적 수단이든 이용한다. 그래서 교외화는 1800년대에도 이미 명백한 현상이었으며, 도시는 지배적인 교통수단이 마차든 증기기관이든 관계없이 항상 다른 중심지들을 파생시켰다.

1930년대 이후, 특히 2차 세계대전 중, 미국 자본주의가 완전한 형태의 산업 경제로 성숙하던 시기, 도시들은 기능적인 전문화를 띠기 시작했다. 특정 대도시권의 이러한 기능적 특화는 자신의 지역들 안에서 더욱 차별화된다. 중심 도시(central city)는 한 권역의 배열(array) 속에서 그저 하나의 중심으로 특정 활동에 특화된다. 한편, 다른 중심들은 중심 도시와는 다른 별도의 기능들로 특화된다. 1960년대 이후, 특히 지구적 자본주의의 시대이자 이와 맞물려 국내 공장가동 감축의 시기인 오늘날엔 중심 대도시들이 사업 및 금융 서비스 기능에 특화된 면모를 보인다. 대도시권(metro region)의 다른 중심들은 쇼핑, 경공업과 중공업, 사업 지원 업무, 무역과 상업 활동에 힘을 쏟고 있다.

사회 공간적 접근은 미국의 발전 유형들이 두 가지의 서로 다르지만 관련되어 있는 변동, 즉 규모 면에서 거대하고 역사적으로 전례가 없는 인구 및 경제활동의 변동과 관련된다고 주장한다. 첫 번째는 1940년대 이후 대규모로 가속화된 교외로의 이동이었다. 두 번째는 1960년대 이후 가속화된 선벨트(sunbelt)로의 이동이었다. 두 경우 모두 제2차 세계대전 이래 전쟁에 대비한다는 명분으로 막대한 사회기반시설과 경제적 자원들을 제공했기 때문에 발생하였다. 사회 공간적 관점에 따르면 토지이용 개발은 경제투자와 자원개발의 산물인 만큼이나 개입주의적 국가 정책의 산물이기도 하다. 이 점이 바로 도시 성장에 대한 ‘정치 경제학적(political economic)’ 접근이 의미하는 바이다.

사회 공간적 접근법의 또 다른 특징은 사회생활이 계급과 인종, 성별 같은 다른 중요한 사회적 분할에 따라 구성된다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한다는 데 있다. 엥겔스(Engels, 1973)는 도시 생활을 환경에 대한 종의 적응이 아닌 계급의 적응으로, 특히 사적 부동산 시장이 지배하는 공간에서 기업가와 노동자의 서로 다른 사회적 논리가 펼쳐지는 방식으로 해석했다. 모든 것은 현금이 결정했다. 시장은 모든 가치와 사상, 신념, 선호를 예산의 제약을 받는 소비의 선택으로 옮겨 버린다. 더 많이 지불할 수 있으면 더 많이 가졌다. 조금 밖에 지불할 수 없으면 자신의 생활의 질을 개선하는데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러한 사회 공간적 접근법에 따르면 도시 생활은 환경에 대한 종의 적응이 아니라 힘들과 선택 그리고 구조와 행위의 산물이다. 서로 다른 사회 계급들에 속하는 개개인들은 자신의 수단 내에서 그리고 자본주의적 산업 생산체제 내에서 살아가고 소비하는 길을 찾았다. 이제 우리는 도시 지역들의 공간적 배치가 인종주의의 산물이며, 교외를 포함한 많은 장소들은 그 내부에 성적 지배관계를 잉태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엥겔스는 1800년대 자본주의가 산출한 도시 환경에서 사회적 불평등과 부의 불균등한 분배로부터 발생한 사회적 문제들을 목격했다. 프리드리히 엥겔스(Friedrich Engels, 1973)의 사회 공간적 접근은 또한 거의 옆에 붙어 있는 채로 살아가는 부유층과 빈곤층이 도시에서 어떻게 엄청나게 대조를 이루는가를 보여주었다. 도시에는 막대한 부가 집중된 곳들이 있다. 당시의 이론들은 이러한 명백한 차이를 일종의 자연 질서라고 설명하기도 했는데, 이는 인간 생태론적 접근이 계급 격차를 무시했던 것과 유사한 방식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부와 힘든 노동에 대해 보상 받는다고 믿었다. 그러나 엥겔스는 그와 같은 불평등 유형을 자본주의 자체에 고유한 불균등 발전이라는 관점에서 설명했다.

오늘날 사회 공간적 관점은 엥겔스가 제시한 특성들을 넘어서는 하나의 핵심 원리를 가지고고 있다. 대도시의 발전 유형들은 토지에 대한 투자 흐름의 결과이다. 기업이 단지 사업을 개시하기 위해서든, 이윤을 목적으로 주택이나 상업 시설을 개발하기 위해서든, 어느 경우에도 기업이 부동산 시장에서 취하는 투자 수준과 형태는 모두 도시와 권역들이 성장하는 핵심적인 방식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사회 공간적 관점은 성장의 ‘첨단(leading edge)’으로서 부동산에 특별히 주의를 기울인다. 앙리 르페브르(Henry Lefebvre, 1991)에 따르면 공간의 생산을 낳는 것은 바로 이러한 경제의 양상이다. 사회의 부동산 부문은 판매를 위한 상품의 제조와는 구별되지만 돈을 벌 수 있는 별도의 자본 회전으로 구성된다. 이 부문에서 돈은 주변 지역의 사회적 부가 투자를 더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들어 줄 때 개발하여 팔 수 있는 토지의 소유권으로부터 나온다. 2차 회전에서 창조된 부의 특성은 자본주의적 투자가 1차 제조업 부문에서 이윤을 획득하는 방식과는 상당히 다르다.


<참고문헌>
Engels, F. 1973. The Condition of the Working Class in England. Moscow: Progress Publishers.
Gottdiener, M. 1994. The Social Production of Urban Space, 2nd Edition. Austin, TX: University of Texas Press.
Gottdiener, M. and R. Hutchison 2000. The New Urban Sociology, 2nd Edition. NY: McGraw-Hill.
Lefebvre, H. 1991. The Production of Space. Oxford, UK: Blackwell.
M. 고트디너와 레슬리 버드 저, 남영호, 채윤하 역, 도시인문학총서 16, <도시연구의 주요개념>(라움, 2013), pp.225-232

작성자: 김진곤(서울시립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