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이미지
도시인문학 사전
모두보기모두닫기
박스하단
사전 > 도시인문학 사전
 
산업도시(공업도시)
  분류 : 도시의 이념과 모델
  영어 : Industrial City
  한자 : 産業都市(工業都市)


일반적으로 도시는 크게 세 단계의 시대를 거치며 발전해 왔다. 첫 번째 단계에서 도시는 주로 교역의 장소였다. 두 번째 단계는 근대화 이후 산업생산의 중심지로서의 도시였다. 세 번째 단계에서는 서비스와 소비가 도시의 주된 성격이 되었다. 오늘날 ‘산업도시’는 그 두 번째 시대를 대표하는 개념으로서 제조업 중심의 2차 산업을 중심으로 하는 협의의 의미로 ‘공업도시’라고 부를 수 있다. 서울이나 부산과 같이 공업 이외의 상업, 행정, 문화 등의 기능이 모두 발전되어 있는 주요 대도시산업도시의 범주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본다.

산업도시의 양상은 다양하다. 업종이나 입지에 따라 여러 가지의 하위 유형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임해공업도시’는 입지에 따른 유형화이고, ‘섬유공업도시’는 업종에 따른 호칭이다. 울산이나 포항 등 ‘기업도시’는 특정 기업이 중심이 된 산업도시이다. 안산과 시흥과 같이 대규모 산업단지를 보유한 지방 도시들도 산업도시의 한 유형이다. 이렇듯 유형과 명칭은 다양하지만 산업도시는 산업화와 도시화로 대표되는 근대화의 대표적 공간으로서 특히 한국처럼 압축적 성장을 경험한 국가에서는 근대도시의 전형으로서 중요한 개념이다.

자본주의 체제의 지구화로 인해 해외직접투자나 공장의 해외이전 등이 가능해진 반면 노동자들의 자유로운 이동은 아직 제한적이다. 그러나 많은 산업도시들에는 합법‧불법적으로 국경을 넘어 온 이주 노동자들이 증가해 왔고 그로 인한 새로운 도시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중심이 되는 특정 산업과 기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산업도시들은 산업과 기업의 성장과 쇠퇴 여부에 따라 많은 영향을 받게 된다.


▢ 역사적 전개 과정

18세기와 19세기에 진행된 산업혁명은 영국의 도시들을 산업도시로 변화시켜 나갔고 자본주의의 발전과 더불어 급속하게 확산되었다. 초기 산업도시는 무계획적으로 성장하였다. 공장이 세워진 도시들에 노동인구가 급증하면서 주거, 교통 등 도시환경은 매우 열악해졌다. 산업화는 도시 성장의 원동력이었다. 1801년 영국 잉글랜드와 웨일즈 지역의 도시인구는 3백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1/3이었으나 1911년에는 3천 6백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80%가 도시에 거주하게 되었다. 현대도시는 곧 산업도시였다.(Carmona 2003, 63-64) 산업화는 도시의 형태를 변화시켰다. 중심부에 살던 중산층 이상의 주민들이 교외지역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했고, 공해를 유발하는 공장들도 분산되기 시작했다.

미국 도시를 사례로 연구된 산업도시의 변화에 대한 연구 결과는 비슷하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산업도시는 전통적 중심부와 인근 외곽 도심들로 구성된 ‘포디즘적 도시’(fordist city)로 전환되었고, 1970년대 이후에는 산업구조 변환에 맞춰 다변화된 ‘포스트 포디즘적 광역도시’(post-fordist metropolis)로 발전했다.(Knox and Pinch, 2000, 69) 다른 한편으로는 19세기 초의 ‘상업도시’가 점차 ‘경쟁적 산업도시’로 발전했고 20세기에 들어서면서 ‘독점적 기업도시’가 등장하였다는 분석도 있다. 공장지대는 도심 중심부에서 이탈하여 인근의 위성 산업 중심지가 개발되었다. 19세기에 도시 인구의 80%가 자영업자였다면 20세기엔 같은 비율의 임금노동자가 도시에 거주하게 되었다.(Soja 1993, 221-230)

산업도시는 산업구조의 변동에 따라 함께 성장 또는 쇠퇴를 경험하게 된다. 모든 산업은 상승과 하락의 과정을 겪게 되는데, 주요 중심 산업에 의존하게 되는 산업도시들은 산업변동의 추이에 따라서 지역사회의 부침을 겪게 된다. 1990년대 이후 심화된 지구화(globalization)와 자본주의 경제의 위기시대에 산업도시들은 더욱 빈번하게 위험에 노출되게 되었다. 철강산업도시로서 일본의 키타큐슈(北九州)와 미국의 피츠버그(Pittsburgh)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두 도시에서 철강산업이 도시 운영의 근간이었기 때문에 중심산업의 쇠퇴기가 찾아오자 산업 재구조화를 넘어선 도시 전체의 재구조화(regional restructuring)의 과정을 겪어야 했다.(염미경 2004)

산업도시 변화에 또 다른 주요 원인은 공해나 지역불균등발전의 부작용 등 사회적 요인이다. 일본의 경우 1950년~60년대의 고도성장기를 통해서 국토의 20%에 불과한 도쿄, 나고야, 오사카의 ‘태평양벨트’ 지역에서 전국 공업 출하 액의 72%가 집중되는 등 불균등 발전 양상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모든 공업도시에서 공해로 인한 노동자와 주민들의 피해와 고통 또한 극도로 악화되었다. 일본 정부는 1967년에 ‘공해방지대책기본법’을, 1972년에는 ‘공업재배치촉진법’을 제정했다. 그 후 계속해서 기존의 ‘공업입지정책’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전통적 산업정책을 수정하는 등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여인만 2012)


▢ 기업도시와 노동자의 도시: 울산의 사례

산업도시의 한 유형으로 ‘기업도시’(company city)가 있다. 한국의 포항(포스코), 울산(현대) 등이 그 사례이다. 해외 사례로는 미국의 석유화학업체가 건설한 듀퐁(Dupont, CA), 독일의 폭스바겐 자동차의 볼프스부르크(Wolfsbrug), 일본 자동차업체의 도시인 토요타(豊田)등이 있다. 고전적 의미의 기업도시 개념은 2004년 기업도시특별법 제정 이후 지자체에서 ‘규제를 완화시킨’ 도시개발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기업도시 사업과 구별되어 논의될 필요가 있다. 역사적으로 형성된 기업도시도시에 대한 기업의 영향력이 크고 광범위하다. 도시 안에서 기업의 문화와 시민의 문화가, 기업의 권력과 노동자의 권력이 긴밀한 연관관계를 지니며, 그 문화와 권력의 작용에 정부와 정책이 개입되어 고유의 정체성을 형성해 가게 되는 것이다. (Friedland 1982)

울산이 처음 공업도시로 계획된 것은 일제 강점기였다. 직업군인으로 조선에 와서 1916년 제대 후 매축업으로 시작하여 대자본가로 성장한 이케다 스케타다(池田 佐忠, 1885~1952)에 의해서였다. 그는 “울산개발로 신흥도시를 창설하여 대륙수송로의 기지로 만들고 생산 공업지대를 육성하면 (중략) 조선이 대동아 전진기지로서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서는 (중략) 300만평의 임해공업지대를 조성함과 동시에 (중략) 인구 5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신흥도시를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이민주 2008, 18에서 재인용) 이 계획은 1945년 해방까지 일부 진행이 되었을 만큼 울산은 공업도시로서의 입지 조건이 좋은 것으로 인정받고 있었다.

박정희 군사정부는 1962년 1월 13에 제 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1월 27일에 울산을 특정공업지구로 지정‧공포하였다. 울산에는 종합제철공장, 석유화학공업, 비료공장, 화력발전소 등 네 가지 분야의 지구가 조성되기 시작했고 1986년까지 울산을 50만 명 규모의 배후도시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었다. 울산의 공업화는 발전경제학에서 논의되던 ‘성장거점전략’(growth pole strategy)을 국내에 적용한 첫 사례로서 국가의 거시적 개발정책의 일환으로 이루어졌다. 울산이 현대그룹의 기업도시의 성격을 갖게 된 것은 1970년대부터였다. 당시 다른 재벌과 달리 현대는 울산지역에 자본 투자를 집중했다.

1970년대 중후반에 현대 계열기업 전체 공장노동자들 중 약 80% 이상이 울산지역에 있었다. 1987년 노동자대투쟁 즈음에 울산에는 7만 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밀집되어 있었고 이는 격렬한 파업투쟁의 조건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그래서 울산은 ‘현대시’(Hyundai City) 즉, 기업도시이자 ‘노동자 도시’라는 정체성을 함께 가지게 되었다. 한 때 과격한 노동쟁의의 상징이 되었던 울산은 1990년대 기업의 성장기를 맞으면서 작업장의 안과 밖에서 기업의 영향력이 점점 더 커지게 되었다. 노동자들 역시 정규직의 고령화와 임금상승 등으로 안정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화되었다. 최근 울산은 그동안 한국 경제를 견인했던 자동차, 조선 등 제조업의 위기라는 시련에 직면하고 있다. 이는 모든 산업도시가 겪게 되는 필연적인 과정이다. 선진국 산업도시들의 역사와 교훈을 통해 바람직한 대응책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유형근 2012, 염미경 2004)


<참고문헌>
김현아 외. 2004. “기업도시 건설의 방향과 과제”. 공간과 사회 21호. 한국공간환경학회. pp.53-81.
여인만. 2012. “일본에서 산업구조의 전환과 대도시의 대응: 동경의 산업진흥정책을 중심으로”. 이종구 외. 디지털 시대의 구로공단. 한국학술정보.
염미경. 2004. “철강대기업의 재구조화전략과 지역사회의 대응: 일본 키타큐슈와 미국 피츠버그의 비교”. 한국사회학 38(1). 한국사회학회. pp.131-159.
유형근. 2012. “20세기 울산의 형성과 역사적 변천: 공업도시, 기업도시, 노동자도시”. 사회와 역사 95집. 한국사회사학회. pp.5-37.
이민주. 2008. “울산 공업단지 개발과정에 관한 연구”. 대한건축학회 학술발표대회 논문집 28(1). pp.513-516.
Carmona, Matthew. et. al. 2003. Public Places-Urban Spaces: The dimensions of urban design. Elsevier Inc. (강홍빈 외 역. 2009. 도시설계: 장소 만들기의 여섯 차원. 대가출판사)
Friedland, Roger. 1982. Power and Crisis in the City. Macmillan. London.
Jones, B. and L. Bachelor. The Sustaining Hand: Community Leadership and Corporate Power. Univ. Press of Kansas.
Knox, P and Pinch, S. 2000. Urban Social Geography: An introduction. Prentice Hall, Harlow.
Soja, Edward. W. 1993. Postmodern Geographies. Verso. London. (이무용 외 역. 1997. 공간과 비판사회이론. 시각과 언어.)
“가라앉는 울산‧경남 경기.. 수출 부진‧구조조정 ‘이중고’” (서울경제. 2016. 5. 19.)
“울산 노사민정협의회 ‘현대중공업 구조조정 자제해야’” (연합뉴스. 2016. 5. 16.)

작성자: 이재성(성공회대학교 사회문화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