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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도시
  분류 : 현대도시의 양상
  영어 : Dual City
  한자 : 二重 都市


이중 도시
1980년대 이후 뉴욕, 런던과 같은 선진 자본주의 주요 도시에서 새롭게 나타난 불평등과 양극화 현상을 포착하고, 이 원인과 과정, 결과를 설명하는 개념이다. 1980년대 이후 대도시에서 심화되어 나타난 양극화와 공간적 분리 현상을 거시적 차원에서 자본 축적체계의 변화라는 변수로 파악하고, 이 축적체계의 변화가 도시인구(민족/인종), 노동시장, 산업 구성 등 다양한 영역에 영향을 주며 도시의 이중화 혹은 이원화를 가시화하는 동학을 설명한다(Mollenkopf and Castells, 1991:6-10).

이중 도시라는 심화된 양극화 현상은 글로벌 층위(scale)에서 전개된 자본의 축적체계가 포디즘(fordism)에서 포스트 포디즘(post-fordism)의 변화와 맞물리며 전개되었다. 전후 포디즘에 따른 안정적 경제 성장을 이루던 글로벌 경제는 1970년대부터 경제 위기를 맞게 된다. 두 차례에 걸친 오일 쇼크, 포디즘의 경직된 생산 방식과 대량생산이 초래한 과잉생산의 위기, 그리고 케인즈주의적 복지시스템 의한 국가 재정 적자의 부담은 전 세계적인 불황을 초래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새로운 경제 흐름이 나타난다. 흔히 포스트 포디즘이라 불리는 현상이 본격적으로 이 시기부터 나타난다(남영우 외, 2000:55-68).

유연적 축적을 기반으로 하는 포스트 포디즘은 포디즘 체계의 하락하는 이윤을 극복하기 위해서 생산의 지리적 분산과 집중을 가속화했다. 예컨대 주요 도시에 집중되어 있던 제조업은 상대적으로 노동력이 싼 제3세계로 분산되고, 이 분산된 생산 조직을 관리하고 통제하기 위한 본점들은 뉴욕, 런던, 도쿄와 같은 글로벌 도시(global city)에 집중되는, 분산과 집중의 동시적 진행이 이뤄진다. 즉 초국적 자본 생산망의 전 지구적 확산/분산과 더불어 글로발 도시(global city)와 같은 주요 도시는 이 생산망의 허브로 등장한다. 이결과 주요 도시들은 초국적 생산 기업들의 본사와 이와 연관된 금융, 회계, 보험, 법률, IT 회사 등 지식 기반 산업이 집중되는 공간으로 재편된다(Sassen, 1991:3-4).

이러한 자본 축적체제의 변화와 이에 조응하는 주요 도시들의 공간의 재편은 인구(노동력)의 재배치 과정을 수반한다. 왜냐하면 도시의 재편 과정은 어떻게 사람들을 토지, 노동, 자본과 같은 경제 요소에 접합시키는가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Zukin, 1996:7). 지식 기반 경제로 도시 공간의 재편은 직업과 노동시장의 성격을 변화시키고 동시에 인종, 민족, 성별에 따른 계층적 위계를 재배치했다.

예컨대 뉴욕의 경우 1950년대, 도시 제조업에 종사하며 광범위한 중간층을 형성했던 백인 노동자들은 1980년대 이후 눈에 띄게 감소되었고, 지식 기반 경제를 생산하고 제공하는 고학력 전문직 백인 노동자와 이 계층과 유연하게 연계되며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저임금 서비스 노동자들로 노동 시장 구조가 이원화되는 경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Mollenkopf and Castells, 1991:402-403; Harvey, 2000:187-188). 후자의 집단은 라틴 아메리카, 아시아 등 제3세계 이주노동자와 여성 등으로 구성되며 저임금, 탈숙련 노동과 파트타임, 단기 계약, 하청 고용을 특징으로 한다(Sassen, 1991:92-93). , 노동시장은 고소득, 전문직의 백인 남성을 중심으로 한 중심 집단과 인종/민족적 소수자와 여성을 중심으로 구성된 주변 집단으로 이원화되었다(Harvey, 2000:188).

노동시장의 변화와 함께 도시의 산업구성에도 중요한 변동이 나타났다. 도시 내 경쟁력 약화로 떠난 제조업 자리를 저임금, 장시간 노동, 적시(just in time) 생산을 특징으로 하는 가내공업적, 장인적, 가부장적, 온정주의적 소규모 하청 공장들이 떠맡게 된다. 이 노동착취공장(sweatshop) 혹은 비공식 경제(informal economy) 형태의 낡은 생산체계의 부활은 뉴욕, 로스엔젤레스, 파리, 런던 같은 도시들에서 1980년대 이후 더욱 번창했다. 이 하청 공장들은 라틴 아메리카와 아시아 이주민과 흑인, 여성 노동자를 흡수하며 도시의 계층적, 인종적 이원화와 노동시장 이원화를 더욱 확대했다(Harvey, 2000:189-190; Sassen, 2006:161).

이처럼 1980년대 이후 주요 대도시는 상대적으로 부유했던 백인 제조업 노동자의 도시에서 경제적, 인종적, 성별로 이원화된 백인 전문직 도시로 변하게 되었고(Mollenkopf and Castells, 1991:8), 이러한 이원화된 도시도시정부의 통치체계 변화로 더욱 구조화되었다. 1970년대까지 케인즈주의적 복지시스템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노동력 재생산과 사회의 통합을 관리했던 도시 정부는, 이후 지구적인 경제위기로 재정파탄과 경제의 추락을 경험하면서 기업가주의 도시로 성격을 변화한다(Harvey, 2000: 125). 기업가주의 도시로 전환은 주로 두 가지 방향으로 전개되며 도시의 양극화를 가속화했다.

첫째, 초국적 자본(지식, 서비스 자본)을 유치하기 위한 도시 공간의 상품화다. 도시 정부는 공적 자금과 부동산 투자 자본을 결합해 초국적 자본 유치를 위한 대대적인 재개발을 진행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뉴욕의 타임 스퀘어 광장과 런던의 오래된 항구 지역인데, 이들 지역은 낙후된 공간에서 주요한 초국적 자본의 본사가 입점한 고층 빌딩의 스펙터클한 공간으로 변모했다. 이러한 초국적 자본의 공간 구성은 이 공간 주변으로 고소득, 전문직 노동자들, 이른바 창조계급(creative class)을 위한 고가의 주택과 화려한 소비 공간의 개발을 필연적으로 동반하며, 지역의 계층적 성격을 변화시켰다. 이 결과, 낙후된 도시 중심부의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 확산되며 이 지역과 잔여 지역의 공간적 분리(segregation) 현상이 두터워졌다(Sassen, 1991:186-188).

둘째, 케인즈주의적 복지시스템의 재정 적자를 극복하기 위한 복지의 시장화다. 포디즘 시기, 즉 제조업과 중공업 중심으로 도시가 성장하던 시기 역시, 인구는 자본과 노동의 분할선을 따라 공간적으로 분리되어 있었다(Donzelot, 1991:5). 그러나 이러한 이원화는 조직화된 노동조합과 사회보장보험 기술(technique) 등 복지시스템을 매개로 완화되며 노동자와 하위 계층은 사회로 통합될 수 있었다(Donzelot, 2005:155-159). 1970년대 후반부터 진행된 복지의 시장화는 이러한 사회적 통합을 시장으로의 통합으로 재구성했다. 도시 정부가 공적인 차원에서 제공하던 사회보장보험은 시장에서 구매해야 할 상품으로 재구성이 되었고, 이에 따라 이를 구매하기 힘든 계층적, 인종적 소수자는 더욱 사회로부터 배제되었다. 결과적으로 노동 시장의 주변부를 구성하는 집단들의 사회적 통합은 공공정책을 통한 제도적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닌 개인들의 시장에서 구매력, 다시 말하면 개인들의 능력으로 사사화(私事化)됨으로써 중심 집단으로 이동할 수 있는 기회 보장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Donzelot, 2005:210-212); Mollenkopf and Castells, 1991:410).

이와 더불어 탈 숙련 노동과 파트타임, 단기 계약, 하청 고용 등 주변부 집단의 노동의 성격과 가부장적이고 온정주의적인 하청 공장의 산업구조는 이들의 빈곤과 불평등을 정치적으로 문제화할 수 있는 조직화된 노동조합의 구성을 방해하며, 이들을 잔여 지역으로 지속적으로 내몰았다(Havery, 2000:191).

결론적으로 이중도시(dual city)는 한편에서는 지식 기반 산업으로 상징되는 스펙터클하고 고급화된 상품 공간을, 다른 한편에서는 온정주의적 또는 가부장적(가족적) 노동관계에 의존한 채 아주 다양한 산업 영역을 포괄하는 잔여 지역을 공존시킨다. 그리고 이 잔여 지역은 경제적으로는 낙후되고, 공간적으로 박탈된, 불완전고용의 운명을 사는 언더클래스(underclass: 자격 없는 인구)의 잔류 장으로 가시화되며 도시의 공간적 분리와 이원화를 구조화한다(酒井隆史, 2011; 245).

이처럼 이중 도시의 개념은 거시적 차원에서 진행된 자본의 축적 체계의 변화가 도시인구, 노동시장, 산업구성, 정책의 성격을 변화시키면서 새롭게 등장한 계층적 불평등과 양극화를 설명한다. 그리고 이러한 변수들이 서로 중첩되며 초국적 자본/고학력 전문직 노동자의 지역과 언더클래스의 잔여 지역으로 도시가 직조되고 재형성되는 과정을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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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Donzelot, J., 주형일 옮김, 사회보장의 발명, 동문선, 2005.
Harvey, D., 구동회·박영민 옮김, 포스트 모더니티의 조건, 한울, 2000.
Mollenkopf,. J and Castells, M.(eds.), Dual City: Restructuring New York, New York: Russell Sage Foundation, 1991.
Sassen, S., The Global City: New York, London, Tokyo, New Jersey: Princeton Universtiy, 1991.
Sassen, S., Cities In A World Economy(3rd edition), London: Pine Forge, 2006.
Zukin, S,. The Cultures of Cities, Massachusetts: Blackwell, 1997.
酒井隆史, 오하나 옮김, 통치성과 자유, 그린비, 2005.
남영우 외, 경제·금융·도시의 세계화, 다락방, 2000.

작성자: 김민수(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박사과정 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