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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도시화 - 종주도시
  분류 :
  영어 : Overurbanization – The Primate C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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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과 미국 같은 선진 산업국가들은 오랜 기간에 걸쳐 도시화되었다. 그 속에서 농업 지역은 상대적으로 안정되어 있었고, 조율된 속도로 도시개발이 이루어졌다. 모든 나라들에는 대도시들이 존재하는 한편, 도시화의 ‘균형 성장(balanced growth)’이라 일컬을 만한 위계 서열도 존재한다. 이는 수많은 소도시들로부터, 그보다는 적은 수의 중간 규모 도시, 그리고 마지막으로 극소수의 대도시권에 이르기까지, 도시화된 공간 내의 인구가 전 영역에 걸쳐 서열화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균형 도시화에는, 사업용과 거주용의 많은 대체 용지들의 가능성, 도시 행정의 관리 효율의 증대, 농업을 포함한 여러 부문으로 구성된 경제의 상대적 강화 같은 몇 가지 이점이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개발도상국들의 도시 성장 과정과 유형은 ‘과잉도시화(overurbanization)’라는 특징을 띠면서, 선진국들이 이미 경험한 바 있는 도시 성장의 부정적인 영향들이 몇 배로 확대된다. 과잉도시화는, 도시 지역(urban areas)에서 거주자들에게 기본적 서비스와 주택, 사회기반시설을 공급하는 능력을 초과해 인구가 집중하는 사회 공간적 과정이다. 과잉도시화된 도시에는 인구의 성장을 감당할 만한 일자리와 교육 및 보건 시설, 다른 필수적인 자원들이 부족하다(Bradshaw & Schafer, 2000). 세계은행(world Bank)은 다음과 같이 보고한다.

도시의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막대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도시 지역들이 수용할 수 있는 능력보다 훨씬 더 많은 인구가 이주하고 있어서 서비스와 노동시장에 심각한 장애가 생기는 결과가 일어났다. 대부분의 개발도상국에서 이러한 장애는 고도의 이원적 도시 체제(dualistic urban systems)로 나타나, 고소득층의 “현대성(modernity)”의 섬들이, 판자촌과 슬럼의 바다와 공존한다. 새로운 주변적 도시 정주지들(settlements)이 항구적이라는 사실은 아직 제대로 인식되지 않고 있으며, 이를 위한 도시의 재정과 관리의 필요성 역시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이 결과로, 이런 정주지들에서 위생시설과 같은 필수적인 서비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채 방치되며, 또 생산성이 낮고 소규모의 비공식적 생산 활동이지만 도시 경제에서 큰 몫을 하는 이러한 부문에 대한 지원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1991)

과잉도시화를 나타내는 징후 가운데 하나가 ‘종주도시들’(primate cities)의 출현이다. 이러한 국가에는 광대한 농촌 지역과 하나 또는 둘의 광범위한 도시권역들이 존재하지만, 중소 규모의 도시들은 전혀 없다. 이에 대한 좋은 사례로 태국에는 방콕이라는 유일한 종주도시만 있을 뿐이다. 이런 유형은 선진 산업사회의 특징인 균형 도시화와 정반대이다. 종주도시들이나 도시 종주성(urban primacy)이 존재한다는 것은 ‘도시 체제에서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통합성이 결여되었음’을 의미한다(Kasarda & Crenshaw, 1991: 1). 도시 규모의 균형있는 분포가 결여되면 저개발과 불균등 발전의 증후를 나타내는 것으로 간주된다. 권력과 부, 그리고 사회 제도와 기회 같은 자원과 가치가 이런 종주도시들로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고 이는 일종의 악순환을 낳는다. 도시다운 도시는 오직 한 곳이기에 더 많은 사람들이 그 도시로 모여들고, 그로 인해 작은 도시들은 성장하기 어렵다.

최근 몇 년 사이 과잉도시화와 관련된 도시 문제들은 갈수록 급박하고 심각해지고 있다. 종주도시들의 과잉혼잡(overcrowding)은 어디에서나 적절한 위생과 기본적 사회 서비스를 제공할 자원과 공간이 부족하다는 문제를 낳는다. 과잉도시화는 노동과 같은 생산 자원의 배분을 왜곡한다. 과잉도시화된 도시들에는 노동이 대규모로 공급되지만 정규직은 상대적으로 드물다. 개발도상국의 경제력이 좋지 않기 때문에, 일자리 창출은 매우 느리고 실업률은 아주 높은 현상이 드물지 않다. 제 3세계 도시에서는, 임금을 하락시키는 과잉 산업예비군 외에도, 임시직, 일용직 또는 계절노동과 같은 불완전 고용(underemployment)의 문제도 있다. 저활용(under-utilized) 노동은 실업의 전체 상황이나 발전의 위기의 실상을 은폐할 수 있다. 과잉도시화의 또 다른 모습으로, 주택과 교육, 보건 같은, 도시의 사회기반시설과 집단적 소비공공재의 공급 부족 현상을 들 수 있다. 정치적, 경제적으로 힘없는 도시 빈곤층은, 지방정부나 중앙정부가 기본적 서비스조차 소홀히 다루는, 가장 낙후된 지역에 공간적으로 밀집된다.

대부분의 경우 과잉도시화 경향과 종주도시들의 창출은 과거 식민지였던 그 시대의 유산이다. 이들 나라가 식민지였을 때, 도시 사회기반시설은 극소수의 장소에서만 개발되었고, 내륙은 내버려져 천연자원을 수탈하는 곳으로 되었다. 시간이 지나자 종주도시는 잘 살아보겠다는 희망을 품고 고향을 떠나 도시로 몰려드는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자석이 되었다. 식민지 체제의 붕괴에도 불구하고, 과잉도시화는 오늘날까지도 진행 중이다.

이러한 광대한 지역의 미래 전망은 밝지 않다. 거의 절반 가까운 세계 인구가 현재 도시에 살고 있으며, 2015년까지는 50억 이상의 사람들이 도시 거주지에 살게 될 것이다. 도시 인구의 증가는 대부분 개발도상국에서 발생한다. 개발도상국 도시에서 매년 대략 5500만 명의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1970년 이래, 아프리카와 아시아, 라틴 아메리카의 ‘백만 명(million)’ 도시(인구 백만에서 천만까지의 도시)의 숫자는 두 배가 되었다. 일단 이주가 시작되면 빈곤과 같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종주도시로의 대량 이주를 멈출 수 없다. 이제 개발도상국의 과잉도시화는 경제 성장이 받쳐 주지 않는 상황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최저개발국들(least developed countries)이 가장 높은 도시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아프리카의 경우 매년 4% 이상 증가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도시 성장률을 보인다(World Bank, 1991).

현재 세3세계 국가의 종주도시들이 글로벌 경제에 편입되고 있는 방식은 이러한 문제를 더욱 악화시킨다. 이 도시들은 심각한 내부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전적으로 값싼 노동력의 제공 장소로만 간주된다. 앞에서 주목한 바 있듯이, 절박한 처지인 노동자의 과잉공급은 모든 임금을 낮춘다. 비참하고 붕괴된 가족생활은 일자리를 찾는 필사적인 행동을 통해 상품화되며, 해외 수출을 위한 값비싼 상품들을 제조하는 기업들에 의해 착취당한다. 세계은행이 보고하는 바와 같이, 도시 내의 높은 수준의 불평등과 빈곤, 실업, 불완전 고용 등은 사회 복지라는 측면에서는 비효율적이지만, 상대적으로 값싼 노동을 얻고자 하는 국내 혹은 초국적 기업가들의 필요를 충족시키기에는 아주 효율적이다.(1991)


<참고문헌>
Bradshaw, Y. and M. Schafer 2000. ‘Urbanization and Development: The Emergence of International Nongovernmental Organizations amid Declining States’ Sociological Perspectives, 43: 97-116.
Kasarda, J. and E. Crenshaw 1991. ‘Third World Urbanization: Dimensions, Theories and Determinants’ Annual Review of Sociology, 17: 467-501.
M. 고트디너와 레슬리 버드 저, 남영호, 채윤하 역, 도시인문학총서 16, <도시연구의 주요개념>(라움, 2013), pp.173-176.

작성자: 김진곤(서울시립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