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모던’ 도시와 이와 관련된 ‘포스트모던’ 도시론(urbanism)이라는 개념은, 포스트모던이라는 용어가 인기 있으며 이것이 하나의 건축 유형을 구체적으로 지칭하기는 하지만 그 내용은 취약하다. 포스트모던의 입장에 있는 도시 이론가들은 단순하고 평범한 관찰 결과들을 자신만의 특수한 언어로 번역하지만, 이는 기껏해야 실없는 신조어거나 때로는 맥락에 맞지도 않는 특정 포스트모던 개념의 인용에 불과하다. 로버트 레이크(Robert Lake, 1999)에 따르면, 로스앤젤레스의 일부 지리학자들이 자신의 도시를 ‘포스트모던’이라고 규정하려는 시도는 그들의 의도와는 반대로 바로 그 개념이 의미가 전혀 없다는 것을 보여줄 뿐이다. 이런 비판은 차치하더라도, 도시라는 배경에서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을 비교하고자 하는 분석에서 항상 제기되는 핵심적인 문제는 하나의 도시 전체 또는 일부 권역이 모던한가 아니면 포스트모던한가를 밝히는 것이 아니라, 모던하거나 포스트모던한 측면들이 공간에서 어떻게 구현되는가에 관한 것이다.


포스트모더니즘 Postmodernism

찰스 젱크스(Charles Jenks)가 기술한 것처럼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용어는 훨씬 이전에 등장했지만, 사실 의심의 여지없이 포스트모더니즘의 시대는 1970년대 모더니즘 건축에 대한 비판에서 시작되었다. 데이비드 하비(David Harvey, 1989)가 주장한 바대로, 1970년대 르코르뷔지에의 이상에 따른 세인트루이스의 프루이트-이고(Pruitt-Igoe)¹⁾의 저소득 주택 프로젝트가 사회적 실패를 맞아 철거됐을 때, 모더니즘 건축 이데올로기의 시대 역시 종말을 고했다. 그 후로 국제주의 양식은 그 학파의 엄격한 규칙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재능있는 건축가들에 의해 배척받기 시작했다. 미국의 마이클 그레이브스(Michael Graves)와 프랭크 개리(Frank Gary), 그리고 유럽의 렘 쿨하우스(Rem Koolhaus)와 노만 포스터(Norman Foster)는 장차 ‘포스트모던’(postmodern)이 될 새로운 양식의 주창자들이었다. 이러저러한 방식으로 그들의 건물들은 모더니스트들의 기하학적 예각에 대한 노예적 집착을 내버리고 외부 장식으로의 귀환을 포함한 유선형 설계로 대체되었다. 그들은 여러 독특한 문화가 끼친 영향 역시 설계의 요소의 일부로 다시 도입했다. 직사각형 형태의 마천루 스카이라인이 아니라, 도시의 중심 구역에 첨탑 형태나 삼각형, 다층형 지붕과 빌딩 외부에 더 많은 장식을 준 건물, 그리고 인습적인 직사각형의 형상을 바꾸어버리는 폭발적이거나 해체주의적인 특징이 있는 건물을 짓기 시작했다.

모더니즘의 도시 계획도 뉴 어버니스트들(New Urbanists)의 주된 공격 대상이었다. 이 학파의 사람들은 모더니즘의 지구설정 원리들에 의존하는 현재 같은 도시와 교외의 토지 이용계획은 이제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주장한다. 사회적 기능들의 공간적 분리, 교외에서 보행로의 소멸, 중심지의 격자형 도로는 모두 국제주의 학파의 요소이자 주요한 유산이었다. 뉴 어버니스트들은 자신의 입장에 따라 기존의 특화되고 분리된 공간들을 통합하려 했다. 그들은 도시생활이 보행자 지향적인 근린주택지구 내에서 생겨날 수 있는 것으로 보았다. 이 근린주택지구는 모든 서비스 지구를 도보로 쉽게 접근하는 범위 안에 있으며, 이는 역으로 자동차보다는 대중교통 수단에 의존하는 교통 회랑들과 연결된다. 이런 양식의 옹호자들은 근본적으로 반모더니스트(anti-modernist)였다. 그들은 사회가 보다 ‘인간적인’ 환경적인 기준으로 돌아와야 하며, 현관 입구와 보행자 친화적인 보행로와 같은 주택의 전통적인 설계 요소들이 사람들을 사교적으로 만들고, 이를 통해 지역사회를 강화할 것이라고 믿었다.

모더니즘에서 포스트모더니즘으로 변화한 사례로 과거의 도시와 현재의 도시에서 보이는 종족적(ethnic) 거주유형의 차이에 주목하는 비평가들도 있었다. 폴 델라니(Paul Delany, 1994)에 따르면, 캐나다 브리티시 콜롬비아 주의 밴쿠버에서 나타난 새로운 유형은 거주 밀도가 높고 단일 종족 중심이기보다는, 탈중심화되어 있으며 다문화적이라고 한다. 이런 변화를 기술하면서 델라니는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의 성가신 신조어들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도시나 권역 내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의 핵심적인 특징을 보여주는 사례로 테마화되거나 시뮬레이션화된 환경의 창조에 초점을 두기도 한다(Gottdiener, et al., 1999; Gottdiener, 2001). 특히 라스베가스는 이러한 특성들 때문에 그 핵심을 보여주는 사례로 자주 등장한다. 이제 미국이나 다른 나라들에서 수많은 도시 지역들이 포스트모던으로 분류할 수도 있는 특성들을 보여주고 있다. 유럽 등지에서 나타나는 종족적 다양성이 한때 단일 종족적이었던 도시들을 차츰 대체하고 있다. 카지노 도박과 테마화, 또는 시뮬레이션은 지역 경제와 경관의 요소로서 더욱 흔하게 나타났다. 언론매체와 인터넷은 문화를 변화시켰고 모든 지역의 사람들이 서로에게 더욱 접근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점은, 새로운 ‘포스트모던’ 도시성이 존재한다는 포스트모던 도시론자들의 주장과는 달리, 도시와 권역들이 실제로는 이용, 설계, 그리고 외양의 혼합 속에 모던한 요소들과 포스트모던한 요소들을 동시에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늘날 도시 지역들에서 나타나는 가장 뚜렷한 특징은 바로 모더니즘이라는 단일 이데올로기가 교차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도시 설계와 계획의 양식으로서 이러한 이데올로기에 구체적인 방식으로 도전하는 요소들이 존재한다는 것이, 오늘날 도시 지역의 근본적인 특징이다. 예술과 지배적인 사회 계급들, 그리고 대중문화와 연예 양식들에서 발생한 문화적 서열의 붕괴는 이제 더 이상 온전한 모더니즘이라고 할 수 없는 문화의 ‘논리(logic)’를 창조한다.

이러한 새로운 혼합(mix)을 ‘포스트모더니즘’이라고 부른다면, 꽤 적절하다. 그러나 특정 도시에 대해 ‘포스트모더니즘’의 지역적 사례라고 말한다면, 그런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게다가 유럽의 많은 학자들을 우울하게 만드는 것은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말이 아직 명확히 이해되지 않은 과정들을 기술하는 만능의 용어가 되어버린 세태이다. 이들 중 많은 과정들은 현재의 사회적 역동성과 성장의 효과들로서, 아직 그 결과가 온전한 형태를 드러내지 않았다. 갑자기 이러저러한 종류의 ‘새로운’ 자본주의 구성체 또는 자본주의의 ‘새로운’ 단계가 나타났다고 주장하는 것은 지적 상대주의와 그에 수반되는 안이함에 대한 변명이다.


1) 프루이트 이고(Pruitt-Igoe)는 미국 세인트루이스 시에 건설된 대규모 공공주택단지이다. 1956년 완공 이후부터 쇠락하기 시작하여 1960년대에는 빈곤과 범죄, 사회적 분리의 대명사가 되었다가, 1970년대 중반 33동의 건물 전체를 철거하였다.


<참고문헌>
Davis, M. 1988. ‘Urban Renaissance and the Spirit of Postmodernism’ in E. kaplan (ed.) Postmodernism and its Discontents. London; Verso. pp. 79-87.
Delany, Paul (ed.) 1994. ‘Vancouver: Representing the Postmodern City’ Vancouver: Arsenal Pulp Press. www.sfu.ca/~delaney/pomointro.html accessed 6 July 2003.
Giddens, A. 1990. The Consequences of Modernity. Cambridge: Polity.
Gottdiener, M. et al. 1999. Las Vegas: The Social Production of an All American City. Oxford, UK: Blackwell.
Gottdiener, M. 2001. The Theming of America, 2nd Edition. Boulder, CO: Westview Press.
Harvey, D. 1989. The Condition of Postmodernity. Oxford, UK: Blackwell.
Lake, Obert, 1999. ‘Postmodern Urbanism’ Urban Geography, 20(5): 393-5. www.transparencynow.com/vegas.htm, accessed 6. January 2003.
Williams, R. 1989. The Politics of Modernism. London: Verso.
M. 고트디너와 레슬리 버드 저, 남영호, 채윤하 역, 도시인문학총서 16, <도시연구의 주요개념>(라움, 2013), pp.197-204

작성자: 김진곤(서울시립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