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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린주택지구
  분류 :
  영어 : Neighborhood
  한자 : 近隣住宅地區


지역사회(community)를 제외한다면, 이 개념만큼이나 여러 이데올로기적 입장과 도시계획 아젠다에 따라 달리 해석되는 단어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지역사회’의 경우처럼, 이러한 해석들은 실제 존재하는 장소들과 아무런 관계도 없다. 가령 ‘어버니즘’의 사도 두아니와 플래터-자이버그(Duany and Plater-Zyberg)는 ‘자연발생적 지역들(natural areas)'에 관하여 시카고학파의 유기론적 이데올로기를 주창한다.

마치 생물학적 종의 서식지처럼, 근린주택지구는 물리적 용어로 기술될 수 있는 자연논리를 가진다. 다음은 이상적인 근린주택지구 설계의 원칙들이다. (1) 근린주택지구에는 중심과 가장자리가 있다. (2) 근린주택지구의 최적 규모는 중심에서 가장자리까지 4분의 1 마일이다. (3) 근린주택지구는 거주, 쇼핑, 노동, 학교, 종교, 여가 같은 활동들의 균형 잡힌 혼합체로 구성된다. (4) 근린주택지구는 상호 연결된 거리(street) 사이의 정교한 네트워크 위에 건물 대지와 교통을 구성한다. (5) 근린주택지구 내에서 공적 공간과 관청 건물로 적합한 소재지는 우선권을 가진다.(LeGates & Staut, 2003: 208)

물론 이런 근린주택지구는 현실에 존재하는 게 아니라 몇몇 계획자들이 적극적으로 개입해 실현하고자 하는 소망이다. 그러나 시카고학파가 고안한 ‘자연발생적 지역’이라는 개념은 1920년대 당시의 실제 도시 연구로부터 도출되었다. ‘자연발생적 지역’이란 문화적으로 동질적인 근린주택지구, 그러니까 차이나타운(Chinatown)이나 리틀 이태리(Little Italy), 헝키 타운(Hunkey Town)[헝가리계가 밀집해 거주하는 구역] 등과 같이 하나의 민족·인종 집단이 압도적인 근린주택지구를 지칭하는 말이다. 이 개념은 이와 유사한 단어인 ‘인클레이브(enclave: 소수민족거주지)’, 즉 대규모 이민의 결과로 많은 주민이 동일한 민족적, 종교적 배경을 공유하는 근린주택지구와 밀접히 결부되어 있다. 1960년대 이전 미국 도시의 근린주택지구는 인클레이브와 유사한 특징을 지녔다. 그러나 그 이후 다중심 대도시권 전역에서 인구를 분산하고 섞이도록 만든 힘들과 대규모 이민의 대폭 감소로 인해, 인종적으로는 아니더라도, 민족적으로 또는 사회경제적으로 다양하거나 혼합된 도시 구역들이 생겨났다.

‘근린주택지구’를 대도시 권역의 두드러진 특징으로 개념화한 이론가들 중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이는 제인 제이콥스(Jane Jacobs, 1961)일 것이다. 제이콥스가 자신의 고전적인 저작인『미국 대도시의 탄생과 죽음(The Death and Life of Great American Cities)』을 썼을 당시, 도시계획자들과 건축가들은 주문에라도 홀린 듯 국제주의 양식(International Style)에 따라 작업을 하고 있었으며, 도시의 구역들을 통째로 고밀도 고층건물 개발지로 바꾸고 있었다. 제이콥스는 이런 개발은 결국 현대 도시를 파괴하는 것이지 재생하는 것이 아니라고 비난했다.

도시의 활기는 근린주택지구의 건강한 거리 생활에 달려 있다는 제이콥스의 사상은 여전히 많은 현대 건축가들과 도시계획자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 뉴 어버니스트들(New Urbanists)의 접근법에 따르면, 근린주택지구의 활기를 위해서는 주거, 쇼핑, 관청, 광장 등의 기능이 균형 있게 결합되어야 한다. 거리와 광장 그리고 편리한 장소에 위치한 서비스 중심지의 배합을 통해 보행 범위(이런 접근에서는 필수적인 ‘인간의 활동 범위(human scale)’를 확보해야 한다.

도시계획자들이 구상하는 균형과 중심성을 갖춘 ‘상상의(imagined)’ 근린주택지구의 문제는 이상적 지역사회(community) 개념의 이해과정에서 발생하는 것과 비슷하다. 일부 연구자들은 이제 사람들이 특정 공간에 크게 의존하지 않는 네트워크 속에 살기 때문에, 근린주택지구이든 지역사회이든 이런 개념은 오늘날 도시 거주자들의 사회적 유대를 포착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상황은 제이콥스가 저술하던 시대와는 상당히 다르다. 당시에는 상시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사이버 기술수단이 발명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사회적 접촉 과정에서 근린주택지구의 인접성이나 물리적 친교성이 필요하지 않다. ‘근접성 없는 지역사회’라는 개념은 ‘지역사회’ 항목에서 다룬 바 있다. 비록 ICT 즉 디지털 정보통신기술이 사회에 미친 영향은 그런 변화를 대변하는 학계의 아바타들이 평가한 정도로 크지는 않았지만, 대중 교통수단에 비해 오늘날 어느 곳에서든 사용되는 승용차와 휴대전화, 인터넷 덕분에 사람들은 대도시권을 넘어 서로 떨어져 사는 친구나 가족과 밀접하게 접촉할 수 있게 되었다(Graham, 2004).

그러나 ‘뉴 어버니스트들’이나 네트워크 연구자들은 사회에서 주변적인 사람들에게는 지역화된(localized) 공간들이 필요한 자원이라는 점을 쉽게 망각한다. 뉴 어버니스트들은 상대적으로 부유한 사람들이나 감당할 수 있는 구상을 이야기한다. 우리의 생활을 변화시킨, 소위 디지털 정보통신기술의 힘을 찬양하는 네트워크 연구자나 사회과학자들도, 충분한 자원을 가지고 있기에 지역적 한계를 넘어 ‘네트워크’를 할 수 있으며 컴퓨터를 장만할 여력이 있는 사람들의 행동에 초점을 맞춘다. 모두가 남성과 전문직 중심의 편향성을 보이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과는 달리 사회의 주변부 계층에게는 이웃과 지역 사회의 관계가 더욱 필요하다. 어머니와 아동들은 특히 그렇다.

아동은 실제로 실외 공공 공간의 가장 큰 소비자이다. 하지만 도시계획자와 개발업자는 종종 이들의 필요를 무시한다.

서유럽에서 아동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가능성은 지난 수십 년 간 축소되었다. 영국에서 수행된 대규모 조사를 보면, 1971-1990년 사이 아동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가능성은 엄청나게 감소했다. 연구자들은 소위 “과보호(pattery) 아동들”이 주변 환경에 대해 적극적이지도 독립적이지도 않은 것에 대해 우려한다. 만일 환경과의 접촉을 어른들이 일일이 규제한다면, 주변 환경에 대한 아동들의 정서적·지적 수준은 얼마나 큰 영향을 받을 것인가?(Kytta, 1997: 42)

비교 연구들에 따르면, 도시에 거주하는 아동은 시골이나 소도시 지역에서 살고 있는 아동에 비해 집 바깥으로 나가는 경우가 훨씬 적다. 경제적 이유나, 나이, 장애로 인해 활동이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에게도 온전히 기능하는 근린주택지구가 필요하다. 가난해서 차를 살 수 없는 소수자들도 근린주택지구와 서비스에 대한 밀접한 접근성이 필요하다. 운전할 수 없는 노인도 마찬가지다. 뉴 어버니스트들(New Urbanists)이 말하는 대도시권의 모든 사람들에게 균형 있으며 제 역할을 다 하는 인클레이브(enclave)라는 처방은 네트워크 연구자들이 제시한 ‘공간 없는(spaceless)’ 이웃되기 양식(neighboring style)의 풍부한 증거를 감안한다면 너무 지나친 느낌을 준다. 그러나 그들의 개념은 사회의 힘없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적절하다. 이런 의미에서 활기 있는 근린주택지구는 사람의 생애 주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에게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참고문헌>
Kytta, Marketta, 1997. ‘Children’s Independent Mobility in Urban, Small Town, and Rural Environments’ in R. Camastra (ed.) Growing Up in a Changing Urban Landscape. The Netherlands: Van Gorcum and Co. pp. 41-51.
Graham, Stephen (ed.) 2004. The Cybercities Reader. UK: Routledge.
Jacobs, Jane 1961. The Death and Life of Great American Cities. New York: Random House.
LeGates, R. and F. Stout (eds) 2003. The City Reader, 3rd Edition. UK: Routledge.
Walljasper, J. 2002. ‘Jane Jacobs: Defender of the Urban Neighborhood’ Conscious Choice, www.consciouschoice.com accessed 25 June 2003.
M. 고트디너와 레슬리 버드 저, 남영호, 채윤하 역, 도시인문학총서 16, <도시연구의 주요개념>(라움, 2013), pp.155-160

작성자: 김진곤(서울시립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