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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학파
  분류 :
  영어 : The Chicago School
  한자 :


1800년대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Max Weber, 1966)가 도시의 역사를 사회적 조직화로서 추적하는 정교한 분석을 행하기 전까지, 독특한 형태의 정주 공간인 도시에 관한 학문적 연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로부터 얼마 뒤 영국계 독일인이자 칼 맑스(Karl Marx)의 평생 친구였던 프리드리히 엥겔스(Friedrich Engels, 1973)가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의 도시 생활에 관한 비평을 썼는데, 이 역작들은 20세기가 될 때까지 독보적이었다. 제 1차 세계대전 직전, 시카고 대학에는 토마스(W. I. Thomas)와 알비온 스몰(Albion Small)의 주도 하에 미국 최초의 사회학과가 설립되었는데, 이 중 스몰은 베버의 제자였다. 그들은 사회학 일반의 여러 측면에 관심을 가졌고, 특히 1913년에는 도시 상황에 대해 깊은 조예를 지닌 로버트 파크(Robert Park)를 임용했다. 파크는 미국 남부에서 폭넓은 경험을 쌓으며 부당한 인종차별에 눈뜬 신문기자 출신이었다. 그는 미니애폴리스, 뉴욕 시, 디트로이트 등에서 도시 범죄 전문 기자로 일하기도 했다. 파크는 사회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독일의 베를린 대학에 상당 기간 체류했으며, 그곳에서 도시 생활에 관해 많은 저술을 남긴 사회학자 게오르그 짐멜(Georg Simmel) 밑에서 공부했다. 시카고 대학 사회학과가 도시에 관심을 가진 또 한명의 사회학자 에른스트 버지스(Ernst W. Burgess)를 임용할 때는, 이미 두 사람이 시카고를 도시 실험실 삼아 연구하기 시작한 무렵이었다. 그들은 최초의 도시 연구 ‘학파’인 시카고학파를 세웠으며, 1940년대에는 학생들과 더불어 전문적인 사회학자로서는 최초로 체계적인 현장 보고서와 민족지(ethnography)를 포함해 많은 연구 결과물들을 발표했다.

시카고학파의 구성원들은 도시 생활에 관해 독특한 접근 방식을 취했다. 그들은 다윈의 영향을 받아 인간의 도시 환경에 대한 사회적 적응을 동식물 종들의 자연 공간 적응과 유사한 방식으로 보았다. 따라서 그들의 접근을 흔히 ‘인간 생태학(Human Ecology)’이라고 한다. ‘신 도시사회학(New Urban Sociology)’이 정치경제학적 특징을 강조한 반면, 시카고학파는 생물학 용어들을 활용해 인간의 상호교류 유형을 파악하려 했다. 그리하여 그들은 자본주의에 대한 연구를 회피하는 대신, 경제적 경쟁을 지구상의 모든 생물들에게 나타나는 보편적인 생존투쟁의 하나로 보았다. 파크에 따르면, 도시의 사회조직이란 이렇게 희소한 자원들을 놓고 벌이는 경쟁의 산물이었다. 이러한 경쟁의 과정에서 복잡한 노동 분업이 탄생하게 되는데, 이는 사람들은 자신의 ‘자연적’ 능력에 기초하여 스스로에게 어울리는 방법들을 찾아냄으로써 생물학적 생존경쟁에 적응하기 때문이다.

시카고학파의 다른 구성원들도 특정 환경에서 작용하는 정치경제학적 요소들보다는 생물학적 관점과 공간 중심의 접근법을 결합했다. 로데릭 맥켄지(Roderick McKenzie)는 입지(location)의 역할을 강조하였으며 환경 내에 물리적 위치를 확보하는 것이 생존 경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성공한 개인이나 집단은 도시에서 최고의 입지인 구릉지의 땅, 최상의 사업지, 최고급의 거주지 등을 차지했다. 이러한 공간 경쟁에서 그만큼 성공적이지 못했던 사람들은 덜 매력적인 장소에 모이게 되었다.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인구는 스스로 공간적 분화를 이룬다. 맥켄지는 이러한 공간적 계층화가 사회집단과 사업체에서 어떠한 유형으로 나타나는가를 연구하였다.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생태주의적 접근이 부활했다. 그러나 이 접근은 기술 결정론적 형태를 선호했으며, 시카고학파의 공간 경쟁에 대한 강조는 무시했다. 이 새로운 관점은 ‘현대 인간 생태학(Contemporary Human Ecology)’으로 명명된다. 이 관점에서 도시의 토지이용 유형과 인구 및 활동의 분포란, 통신과 교통 기술의 산물이었다. 인간생태학자들은 이러한 상호교류 수단의 기술적 변화로 말미암아 사회조직들의 유형도 변화한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교외화 과정은 1800년대 후반 이래 미국 도시들에서 나타났지만, 자동차가 많은 사람들이 구매할 수 있는 소비상품이 되기 이전까지는 광범위한 현상이 아니었다. 후속 연구자들은 이 주장을 뒤집고, 전차와 전철, 자동차가 도시의 초기 밀도 수준을 어느 정도 낮추기는 했지만, 이것이 곧 도시 지역 “공동화”를 대규모로 초래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1970년대 인간생태학자들은 도시 규모가 팽창하면 도시의 중심업무지구(central business district) 또한 행정 기능면에서 성장하는 법이라고 주장했다. 세포가 발전할 때 세포핵이 확장되듯이, 지역의 규모가 성장하면 도시 지역의 명령 및 통제 활동도 확장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1990년대 사스키아 사센(Saskia Sassen 1991)도 이와 유사하게 지구화는 명령 및 통제활동의 집중화를 통해 ‘월드 시티(world city)’를 창출했다는 주장을 폈다. 이후 세밀한 연구의 결과, 인간생태학의 주장은 오류인 것으로 드러났다(Gottdiener, 1994). 기업본사의 명령 및 통제 기능은 그 자체가 팽창함에 따라 다중심 대도시권(multi-centered metropolitan region) 전역으로 확장되었다. 예를 들어 1960년대에 뉴욕 시는 120개 이상의 미국계 및 국제 기업의 본거지였다. 1990년대 이 수치는 90개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떨어졌는데, 바로 그때 지구화론자들은 뉴욕을 ‘글로벌 시티(global city)’라고 불렀다. 이후 명령 및 통제 집중화의 효과에 대한 사센의 주장 또한 오류인 것으로 입증되었다. 인간생태학적 접근이 주장하는 바와 달리, 이런 활동들이 중심 도시에 입지해야만 한다는 증거는 없다. 그러나 지구적 금융활동이 그러한 도심 업무지구의 입지를 선호한다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구학파건 신학파건 생태주의적 관점은 생물학 기반의 개념에서 비롯되었다는 것 이외에도 숱한 오류를 안고 있다. 생태주의자들은 후기 자본주의 분석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계급이나 인종과 같은 사회집단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 사회 공간적 관점에서는 사회적 상호교류에 대해 강력한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 요인들로부터 파생된 것으로 파악하는 반면, 생태주의자들은 생물학적 또는 생태주의적 관점에 기반하여 단순한 환경 적응 과정으로 볼 뿐이다. 그들도 입지를 강조하지만, 부동산 산업의 양상들을 무시하고, 그것이 개발의 공간적 유형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수행하는 역할 또한 무시한다. 마지막으로 인간생태학자들은 자원의 분배와 관련하여 또 희소자원에 대한 경쟁의 규제와 관련하여 시장 기반의 자본주의 경제에서 정치 제도들이 수행하는 역할에도 눈을 감는다. 후자와 관련하여, 그들은 욕망의 목표를 위해 시장을 조작하는 강력한 행위자들의 역할에 주목하는 공급 측면 보다는 개인의 결정을 강조하는 시장의 수요 측면에 초점을 맞춘다.


<참고문헌>
Engles, F. 1973. The Condition of Working Class in England, Moscow: Progress Publishers.
Gottdiener, M. 1994. The Social Production of Urban Space, 2nd Edition, Austin, TX: University of Texas Press.
Gottdiener, M. and R. Hutchison, 2000. The New Urban Sociology, 2nd Edition, NY: McGraw-Hill.
Sassen, S. 1991. The Global City. Princeton, NJ: Princeton University Press.
Weber, Max. 1996. The City, NY: The Free Press.
M. 고트디너와 레슬리 버드 저, 남영호, 채윤하 역, 도시인문학총서 16, <도시연구의 주요개념>(라움, 2013), pp.13-18

작성자: 신재진(서울시립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