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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어버니즘
  분류 :
  영어 : New Urbanism
  한자 :


어버니즘(New Urbanism)은 교외의 무조건적 개발과 주거지구의 인클레이브(enclave)를 낳는 명목적 성장유형에 대해 반대하는 건축가와 도시계획자의 지적운동이다. 뉴 어버니스트들(New Urbanists)은 지금과 같은 성장유형을 반대한다. 그들은 현재 추세인 다중심 대도시권(multo-centered metro region)을 근접성에 따라 지역화된(localized) 장소들로 탈바꿈시키려 한다. 뉴 어버니스트들 가운데 안드레 두아니(Andres Duany), 엘리자베스 플라터-자이버그(Elizabeth Plater-Zyberk), 하이메 꼬레아(Jaime Correa), 스티븐 피터슨(Steven Peterson), 바바라 리텐베르그(Barbara Littenberg), 마르크 쉬멘티(Mark Schimmenti), 대니얼 솔로몬(Daniel Solomon) 등은 ‘신전통주의자들(New Traditionalists)’로, 그들은 미국의 작은 마을을 이상적 모델로 삼아 인간의 활동범위(human scale)가 보행자 중심으로 제도화된 지역사회로 복귀할 것을 주장한다.

뉴 어버니스트들은 근린주택지구와 지구, 회랑이라는 세 가지 개념으로 도시 공간을 건설한다. ‘그들이 상상하는 이상적인 근린주택지구는 작다. 이곳은 거주, 일터, 상점, 공원 그리고 학교나 교회 같은 공용 건물이 균형을 이루며 섞여 있는 다양성의 장소이다 …’ 그 중심에는 ‘공공기관이나 공적 공간이 자리하고 있으며, 일종의 변두리(대체로 들판이나 숲, 고속도로, 철도)를 지닌다. 이상적인 근린주택지구의 교통체제는 보행자와 운송을 중심으로 하며, 거주자가 일상적으로 통행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런 구상은 오늘날 지배적인 교외 유형, 즉 난개발이며 자동차 의존적이고 동질적인 지역으로, 공공장소도 부족하고 뚜렷한 중심이나 변두리도 없는 그런 유형과는 확실하게 대조된다’(LeGates & Stout, 2003: 207).

이러한 구상의 두 번째 요소는 지구라는 개념이다. 지구는 기능적으로 특화된 공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하며 상호보완적인 활동들이 일어나는 곳이다. 다른 경제적 기능들은 완전하게 분리되어야 한다는 ‘모더니즘(modernism)’ 계획의 기본 전제는 뉴 어버니스트들에게 해당되지 않는다. 탈산업화로 인해 도시 지역에는 공장이 거의 없게 되었다. 따라서 현재 도시모더니즘 도시계획자들이 분리주의적 지구설정 원칙을 통해 일반 대중으로부터 격리시키려 했던 공업 지역의 소음이나 오염 등의 문제를 갖고 있지 않다. 오늘날 도시들이 자동차의 소음이나 오염으로 인해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는 사실을 뉴 어버니스트들도 알고 있지만, 이런 골칫거리를 모더니즘의 전통 속에서 파악하지는 않는다.

이런 접근법이 제안하는 마지막 개념은 ‘회랑(corridor)’이다. ‘회랑은 근린주택지구와 지구의 연결자이며 분리자이다. 회랑은 자연적일수도 인간이 만든 요소일수도 있으며, 황야에서부터 철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회랑은 교외의 분할지나 쇼핑센터 외부에 우연히 남은 잔여 공간이 아니라, 도시의 연장선상에서 나타나는 기본 요소이다. 회랑은 인근의 지구들과 근린주택지구들로 경계가 그어지면서 그것들을 연결시킨다’(LeGates & Stout, 2003: 211).

어버니즘(New Urbanism)은 근본적으로 현재의 교외 난개발 방식을 반대한다. 그러한 난개발은 건축가와 도시계획자들이 이끌어갔기에 물리주의적 오류에 빠져 있다. 사람들은 일정한 유형의 행위를 유도하고자 구상했던 건축가들의 공간 설계의 지시대로 행동하지 않는다. 그래서 두아니(Duany)와 플래터-자이버그(Plater-Zyberg)는 소도시의 사교성에서 영감을 얻어 현관(porch)에서 거리로 접근할 수 있는 주택 건설을 주창했다.

뉴 어버니스트들이 인간의 활동 범위를 기초로 하는 근린주택지구에 대해 강조하는 이유는 이들이 실제보다는 상상이기 쉬운, 미국 소도시나 유럽 도시의 이상화된 모형에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느 공간에서나, 전화, 휴대전화, 인터넷, 그리고 특히 자동차를 이용해, 강력한 사회적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균형 잡히고 모든 기능을 갖춘 근린주택지구는 도시에서건 교외에서건 노인 및 가난한 소수인종에 속한 많은 이에게 도움이 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런 공간을 대다수가 반드시 이용하리라고는 볼 수 없다.

이 점은 뉴 어버니즘(New Urbanism)의 이상을 실행했던 프로젝트가 결국 실패로 돌아간 구체적 사례를 통해 확인된다. 이것은 샌디에고 시에서 1986년 9월 업타운 지구(Uptown District)라 명명된 프로젝트로 보행 범위를 강조하며 이를 광대한 공공장소에 적용한 뉴 어버니즘의 실천 사례였다. 이 프로젝트는 쇼핑 몰과 일부 테마 공원들에 보행자를 위한 공간을 수용했지만, 뉴 어버니즘의 주장과는 달리 공공 공간은 마련하지 않았다. 이 외에도 이 프로젝트의 설계에는 보행자와 지역사회를 위한 여러 가지 배려가 포함되었다. 이러한 사려 깊은 의도와 뉴 어버니즘의 이상에 충실한 진행에도 불구하고, 이 프로젝트는 옹호자들이 기대한 대로 성공하지 못했다. 많은 기업들이 이 프로젝트에서 실패를 맛보았고 상점 가운데 상당수가 철수했다.

어버니즘(New Urbanism) 옹호자들은 보행자 중심(pedestrian scale)이 더 훌륭하고 매력적이므로 그것으로 돌아가자는 자신들의 이상에는 잘못이 없다고 여긴다. 오히려 그들은 프로젝트가 실패한 기본적인 책임을 자동차에게 돌린다. 그런데 그들의 이상대로라면 자동차는 필요하지도 않고 매력도 없어야 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 프로젝트 내의 아웃렛(outlet)에서 물건을 사기보다는 차를 몰고 다른 곳의 상점들을 찾았다. 간단히 말하면, 뉴 어버니즘은 옹호자들의 확신과는 달리, 현재의 사회적 가치들에 비추어 보았을 때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지금 같은 다중심 대도시권(multi-centered metropolitan region)의 공간적 형태에서는 자동차가 주는 편리함을 버리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더라도 쉽지 않다.

영국에서 최악의 사례는 유럽 소도시들의 경험이 누더기 같이 복잡한 지형인 런던에 직접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 세계적인 건축가 리처드 로저스(Richard Rogers)의 경우이다. 그는 세인트루이스(St Louis)의 프루이트-이고(Pruitt-Igoe) 건설과 런던 동부의 로넌 포인트(Ronan Point) 건설이 빈곤층 거주자들의 사회경제적 상황을 해결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로저스는 영국 정부가 후원한 도시 정책 보고서『도시 르네상스(Urban Renaissance)』의 공식 대변인이었다. 그가 대변한 이 뉴 어버니즘의 보고서는 탈집중화, 탈중앙화, 재집중화의 힘들이 정신없이 얽혀 있는 부동산 이해관계의 강력한 힘과 파편화된 노동시장 그리고 주택 접근에 대한 차별성과 이에 연관된 부(wealth)의 효과들이 결합해 야기하는 악영향을 ‘근린주택지구’라는 구체적 개념으로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전혀 다루지 않았다.

어버니즘(New Urbanism)은 대규모의 교외 난개발 문제 및 그와 연관된 도심지 생활의 부정적인 변용에 대한 건강한 대응책이다. 그러나 그 옹호자들은 잘못된 건축 결정론과 계획 요강에 경도된 나머지 물리주의적 오류를 범하고 말았다. 변동 중인 개발 유형들에는 건축의 관점 이상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정치 경제적 변화들은 역시 중요하며, 이것은 우리에게 현재 필요한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훨씬 더 근본적인 요인이 된다. 더욱 총체적이며, 더욱 정치적인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참고문헌>
Department of the Environment, Transport and the Regions, 1999. Towards an Urban Renaissance: Final Report of the Urban Task Force. London: Stationary Office.
Fichman, M. and E. Fowler 2003. ‘The Science and Politics of Sprawl: From Suburbia to Creative Citybuilding’ Unpublished paper, York University.
LeGates, R. and F. Stout (eds) 2003. The City Reader, 3rd Edition. UK: Routledge.
‘Unsprawl Case Study: Uptown District in San Diego, CA 2003.
www.terrain.org/unsprawl/1/index.html. accessed 25 June 2003.
M. 고트디너와 레슬리 버드 저, 남영호, 채윤하 역, 도시인문학총서 16, <도시연구의 주요개념>(라움, 2013), pp.161-166.

작성자: 김진곤(서울시립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