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균등 발전은 자본주의적 자유 토지시장의 조건에서 최대 이윤율을 추구하는 투자의 차별적 방식에서 비롯되며, 이로부터 빈부 격차의 공간적 효과가 생겨난다. 도시와 교외의 정주 공간들은 자본투자 때문에 유동하고 발전한다. 돈이 들어오고 나감에 따라 지역사회의 복리후생이 결정된다. 경제활동은 일자리를 창출할 뿐만 아니라 또한 조세 수입을 만들어낸다. 후자는 부분적으로 지역사회의 생활의 질을 개선하는 공공 프로젝트에 기금을 제공하기 위해 지방정부가 사용한다. 그러나 지출은 공적이든 사적이든, 대도시 전역에 균등하게 배분되지 않는다. 어떤 곳은 다른 곳에 비해 더 많은 돈을 받는다. 심지어 도시 내에서도 경제 활동이 활발한 구역과 상공업이 거의 발달하지 않은 구역 사이에 커다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한 사업 분야 내에서도 고임금의 노동자와 최소임금을 받는 노동자 사이에는 엄청난 격차가 있다. 임금은 집에서 근린주택지구로 흐르고, 상당 부분이 해당지역에 머무른다. 따라서 한 지역의 복리후생은 그곳이 끌어오는 투자의 양에 의존할 뿐만 아니라 그곳 주민들의 부에도 의존한다.

자본의 이동성이 더 커짐에 따라, 장소에 대한 투자와 투자 철회는 더욱 용이해졌다. 그 결과 전형적으로 장소를 벗어나 움직이는 ‘호황과 불황의 주기’는 더욱 속도를 내게 되었다. 하이테크 실리콘밸리나, ‘러스트벨트(rust belt)’ 제조업 도시들의 도심과 같이 한 때 번영했던 지역들은, 투자가 가장 싼 생산비용과 가장 높은 이윤을 찾아 지구적으로 이동함에 따라 나라 밖의 장소에 제조 공정을 맡기게 된다. 그때 이들 지역들은 쇠퇴한다. 호황과 불황의 주기와 그 공간적 결과들은 자본주의에 구조적으로 내재하고 있는 경기 순환의 극단적인 사례에서 처음으로 관찰되었다. 그러나 그런 순환이 해결되는 데는 수십 년이 걸렸다. 번영, 쇠퇴, 수축, 회복의 이동 주기들은 미국 사회에서 상당히 보편적이었고 대공황을 겪고 난 이후 재정정책에 의해 그 극단성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순환에서 분명하게 나타난다. 이제 우리는 이와 같은 순환이 공간에도 적용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오늘날 소재지들은 자본투자의 끊임없는 흐름에 많이 의존하기 때문에 그러한 돈의 흐름의 변동은 즉각적인 공간적 효과를 창출한다. 지구적 자본주의는 이 장소에서 저 장소로 전환하는 투자 능력을 가속화하였고 이런 이동으로 인해 지역사회의 복리후생의 변화는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불균등 발전은 자본의 논리로 인해 더욱 심화된 불균등한 발전으로 귀결되곤 한다. 자본주의에서는 이미 불황에 빠져 이윤 유인이 거의 사라진 곳에 투자하지 않으려는 고유한 욕망의 결과로, 불균등 발전이 시간이 흐르면서 더욱 첨예해지는 것이 보통이다. 이러한 유형은 빈곤한 지역과 번영하는 지역 사이의 양극화를 더욱 확대한다. 또한, 장소는 사람들로 구성되는 것이어서 공간적 격차는 대도시권 주민에게 서로 다른 삶의 운명을 부여한다. 엥겔스(1973)가 맨체스터에서 목격했듯이, 재산이 거의 없는 노동계급에게 가족 부양이 어려운 것과 같은 불평등은 사회 정의의 문제라는 사실이 분명해진다. 따라서 1920년 하비 조르바우(Harvey Zorbaugh)가 그 말을 쓰기 거의 100년 전에 이미 ‘황금 해안과 슬럼(the Gold Coast and the Slum)’¹⁾현상이 나타났던 셈이다.

불균등 발전은 공간적 유형만 아니라 전체 사회에도 적용될 수 있다. 맑스에 따르면 ‘자본주의의 주요 모순은 한편으로는 부와 자본의 집중,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빈곤과 억압의 동시적 출현이다. 맑스가 말한 이러한 “자본주의적 축적의 일반 법칙”은 자본-노동 갈등의 기본적인 특질이다’(Bond, 1999). 앙리 르페브르(Henry Lefebvre)에게 축적과 소유의 이러한 불균등은 주거 유형과 도시 서비스의 공급의 불평등이라는 측면에서 공간적으로 표현된다. 르페브르의 해석은 도시 연구에 대한 ‘사회 공간적’ 접근이라는 관점을 제시한다. 오스카 랑게(Oskar Lange) 같은 정치경제학자들에게, 불균등 발전은 확실히 차별적인 사회적 소유 관계와 사회적 재생산 관계의 결과다. 이로 인해 사회경제적 불평등, 더 나아가 공간적 불평등이 초래되는데, 이는 불균등 발전이 자유 부동산 시장에서 분리 양식으로서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계급갈등이 사회 공간적 차이보다 더 중요하다. 이러한 현상을 분석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맑스가 관찰했던, 소유관계가 자본가-노동자 갈등의 토대라는 사실 때문에 그 정치적 함의들에 주로 관심을 기울인다.

맑스주의적 사유의 또 다른 갈래는 그룬트뤼세(Grundrisse, 1973)의 문헌들에서 나왔는데, 거기에서 맑스는 불균등 발전이 다른 생산양식들이 접합된 결과라고 말한다. 이것은 그 용어에 대한 구조적이고 가장 거시적인 개념화이다. 낡은 양식이 쇠퇴하고 새로운 양식이 상승하게 되면서 불균등 발전이 만들어진다. 그러나 이것 또한 공간적 요소를 지니고 있다.

데이비드 하비(David Harvey, 1996)는 역사적 지리적 유물론이 보다 일반적인 방식으로 불균등 과정을 고려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주장한다. 지리적 불균등성의 핵심적 초점은 전체 건조 환경들(built environments) - 그리고 그에 수반되는 사회적 구조들 - 의 창출과 파괴가 서로 다른 시간지평들에 처해 있는 다양한 종류의 투자자들에게 제공하는 투자수익의 차별성에 있다. 한편 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장소들은 서로 끊임없이 경쟁한다. 그 과정에서 불평등을 확대하는 경향이 작용하게 되어 결국 하나의 지역적 또는 일국적 계급구성과 또 다른 곳의 계급구성 중 어느 한 곳을 선택할 수 있는 힘을 자본이 갖게 된다.

정치경제학자들은 주로 불균등 발전의 계급적 효과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미국의 도시 지역에는 인종과 관련된 불균등 발전의 문제도 존재한다. 도시의 불평등 문제는 다소 독특한 성격을 가진 주제이다. 그러나 불균등 발전의 관점에서 볼 때, 피해자들은 인종 차별로 인해 편향되고 한정된 기회 구조에 직면하게 된다는 주장은 타당하다. 따라서 이는 교육적 성취, 의료, 수명 등과 관련된 차별에 반영된다. 미국 도시들, 특히 디트로이트와 애틀랜타에 대한 연구들은 심지어 경제적 조건들이 계속해서 개선되고 있을 때조차, 상당한 노력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인종적으로 공간이 어떻게 분리되었는지를 반복적으로 보여주고 있다(Darden et al., 1990). 또 다른 중요한 사례 연구는 일리노이 주의 시카고이다(Nyden & Nyden, 1999: 1). 나이든과 나이든은 시카고의 이러한 극단적인 인종분리는 다른 곳들과 마찬가지로 주택 분리, 지역의 인종편향적인 정치, 차별적인 대출 관행 등이 그 원인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시카고에서도 기업의 탈산업화 시기 이후 현재는 투자가 부유한 지구의 중심들을 지향하며 기타 지역들은 배제하는, 불균등 투자 유형을 보인다.


1) ‘황금 해안과 슬럼’은 조르바우의 박사학위 논문이며 책 제목이다. 그는 1920년대 시카고 시에서 빈부격차가 공간적 격차로 나타나는 방식을 이렇게 표현했다.


<참고문헌>
Bond, Patrick, 1999. ‘What is Uneven Development?’ in P. O’Hara (ed.) The Encyclopedia of Political Economy. London: Routledge.
Darden, J. et al. 1990. Detroit: Race and Uneven Development. Philadelphia: Temple University Press.
Engels, F. 1973. The Condition of the Working Class in England. Moscow: Progress Publishers.
Gottdiener, M. and R. Hutchison 2000. The New Urban Sociology, 2nd Edition. NY: McGraw-Hill.
Harvey, D. 1996. Justice, Nature and the Geography of Difference. Oxford: Blackwell.
Marx, Karl 1973. The Grundrisse. NY: Vintage.
Nyden Phil and Gwen Nyden 1999. ‘Batting Uneven Development in Chicago’ from Footnotes, July/August.
Zorbaugh, Harvey 1928. The Gold Coast and the Slum. Chicago: University of Chicago Press.
M. 고트디너와 레슬리 버드 저, 남영호, 채윤하 역, 도시인문학총서 16, <도시연구의 주요개념>(라움, 2013), pp261-268

작성자: 김진곤(서울시립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