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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용도시
  분류 : 도시의 이념과 모델
  영어 : Inclusive City
  한자 : 包容都市


도시에서 벌어지는 사회적 배제(social exclusion)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적 도시 비전으로서 포용도시(the inclusive city)’ 개념이 20세기 말부터 유엔인간정주계획(이하 UN-Habitat) 등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주창되기 시작하였다. 이 개념은 모든 사람이 재산, 성별, 연령, 인종, 종교에 상관없이 도시가 제공해야 할 기회들에 생산적이고 긍정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권능을 가지고 있는 장소(UN Habitat, 2002: 5)”라는 정의가 암시하듯,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삶의 제반영역의 기회로부터 모든 도시 거주민들이 배제되지 않고 참여하는 것을 강조한다. 모든 거주민들의 공간에 대한 권리를 강조한다는 측면에서, 이 개념은 철학자 앙리 르페브르(Henri Lefebvre, 1996)도시에 대한 권리(le droit a la ville: the right to the city)’ 개념과 연결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개념이 국제사회에서 대두되게 된 배경을 보면 선진국에서의 신자유주의 발흥과 개방도상국의 불균등발전과 연관되어 있다. 1970년대 말부터 시작된 세계 자본주의 경제의 침체와 이에 따른 선진국들의 재정 위기는 전후 지속되어오던 복지가의 후퇴를 가져왔고, 자유 시장 이념의 확대와 국가의 재정지출의 축소를 내용으로 하는 신자유주의(neoliberalism)가 발흥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복지정책의 보호를 받던 실업자, 비정규직, 근로빈곤층 등 도시빈민의 삶은 더 위태로워졌고, 도시의 각종 기회들로부터 배제되는 결과가 나타났다. 아시아와 라틴아메리카 등 개발도상국의 경우에는 경제발전 과정에서 부의 불균등한 배분에 따라 낮은 신분, 소수민족, 소주종교, 원격지의 주민들이 사회적으로 배제되는 현상이 지속되었다. 이런 배경 속에서 신자유주의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되고 도시에서의 배제와 차별을 극복할 대안적 비전으로서 포용도시 개념이 대두되었다고 할 수 있다(박인권, 2015).

포용도시 개념이 국제사회에서 주목을 받게 된 계기는 1999년에 UN-Habitat도시 거버넌스에 관한 글로벌 캠페인을 시작하면서부터라 할 수 있다. 이 캠페인을 통해 UN-Habitat포용도시를 캠페인의 주제로 삼고 도시 거주민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거버넌스의 구축을 목표로 운동을 전개하였다. 이를 위해 거버넌스의 효과성, 형평성, 참여, 책임성 등 4 가지 차원을 제시하고, 이를 측정하기 위한 도시 거버넌스 지수(urban governance index)를 제안하기도 하였다(UN-Habitat, 2004). 아시아개발은행과 세계은행 등 다른 국제기구들도 도시 내 슬럼지역의 정주여건과 기초 서비스 및 인프라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활동을 지속해왔을 뿐만 아니라, 교육과 일자리 확대, 빈곤 퇴치와 같은 사회경제적 영역으로도 사업영역을 활동하여 포용도시의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

민간 부문 및 시민사회에서도 이 개념은 새로운 도시비전으로서 추구되고 있다. ‘비공식 고용여성 국제조직(WIEGO)’ 9개의 제3세계 근로 빈곤층 대중조직(MBOs)’ 및 국제 지원기구들은 2008년부터 2014년까지 포용도시 프로젝트라는 공동의 노력을 추구하였다. 이들은 도시 내 노점상 등 비공식부문과 근로빈곤층의 삶에 관심을 가지고, 도시의 거버넌스, 도시계획, 예산 과정에 그들의 목소리가 반영되도록 돕는 운동에 집중하였다. 3세계뿐만 아니라 유럽과 미주의 선진국에서도 포용도시를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다. 유럽의 포용도시 관측소(Observatory)’는 포용적 도시정책들에 대한 모범사례 자료를 모아 전파하고 있고, 캐나다는 캐나다의 포용도시이라는 사업을 통해 캐나다의 포용도시를 형성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포용적 도시화를 위한 합작(Collaborative for Inclusive Urbanism)’ 이라는 캠페인과 운동이 건축, 도시계획 등 공간정책 관련 전문가 그룹 사이에서 전개되고 있다.

이처럼 포용도시 개념은 이론적 또는 학술적으로 정립된 개념이라기보다는 현실의 도시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천적 전략 또는 비전으로서 제시된 개념으로서 아직까지 학계에서 엄밀한 정의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 것은 아니다. 다만 사회적 배제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모든 사람들의 참여와 도시라는 공간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제시한 UN-Habitat정의는 모든 거주민들에게 삶의 제 영역, 특히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권한(power)을 부여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으나, 실제로 참여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거주민들의 역량형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또한 대의 민주주의 하에서 과정의 포용성이 반드시 결과의 정의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 또한 간과되고 있다(박인권, 2015). 그리하여 좀 더 적극적 의미의 포용도시는 모든 거주민들(inhabitants)정치, 경제, 사회문화 등 모든 삶의 영역에서 실제적인 배제뿐만 아니라 배제 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지 않고 참여할 권능(power)’실질적 능력(capabilities)’을 가지고 있는 도시(박인권, 2015: 108)”라고 정의되기도 한다. 정치적 참여 권한뿐만 아니라 실질적 참여 능력을 강조하고, 절차적 포용과 함께 내용적 포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대안적 도시비전으로서 포용도시는 그 차원과 핵심 구성요소 등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며, 구체적 실현을 위한 전략과 정책의 마련이 필요한 개념으로서, 학계뿐만 아니라 정부와 시민사회, 민간 부문에서의 토론과 협의, 실천을 통해 그 의미가 구체화될 것이다. 특히 이 개념은 매 20년마다 개최되는 UN-Habitat 회의의 3차 회의(201610월 개최)에서도 주요의제로 설정되어 향후 도시발전의 지향점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참고문헌>
박인권, 「포용도시: 개념과 한국의 경험」, 『공간과 사회』, 제25권 1호, 2015.
Lefebvre, Henri, "The right to the city", in Eleonore Kofman and Elizabeth Lebas, Writings on cities, Cambridge, Massachusetts: Wiley-Blackwell, 1996.
UN Habitat, The Global Campaign on Urban Governance, retrieved Nov. 23, 2015. http://unhabitat.org/books/global-campaign-on-urban-governance-the/, 2002.
UN Habitat, Urban Governance Index: Conceptual Foundation and Field Test Report, retrieved Nov. 23, 2015 http://mirror.unhabitat.org/content.asp?typeid=19&catid=25&cid=2167, 2004.


작성자: 박인권(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