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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정치와 교외 정치
  분류 :
  영어 : Urban Politics and Suburban Politics
  한자 : 都市 政治와 郊外 政治


1960년대 이전 시 정부는 막강했다. 자본과 토지자원의 통제를 통해 돈을 버는 사람들과 더불어, 공무원에 대한 통제와 정부의 의사결정권은 부를 획득하는 또 다른 수단이었다. 지방 정부의 관료들은 세금을 매기거나 토지이용 및 공공 서비스를 규제할 수 있는 권한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돈에 대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도시들은 또 공공 부문의 서비스를 위해 공무원을 고용하는 중요한 고용주였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조직화된 이해당사자들은 항상 지방정부에 대한 영향력과 통제권을 두고 서로 경쟁했다.

1980년대 이전의 전형적인 도시 정권에는 아일랜드계, 폴란드계, 이탈리아계, 유태계와 같은 전통적인 종족 집단들(ethnic groups)이 참가했다. 최근 들어 중심 도시들에서 소수 종족의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종족 구성도 변화하였다. 300개 이상의 미국 도시에서 소수자 시장들, 가장 흔하게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시장이 출현했지만, 이제는 히스패닉계 공동체 힘의 성장이 도시 지도부에도 나타난다. 백인이 압도적으로 많은 교외의 경우, 종족적 영향보다는 중간층의 관심에 따라 중대한 문제들이 결정되는 특징이 있다. 교외의 정부를 지배하는 집단은, 공통적으로, 가족 지향적인 서비스의 질과 주택의 가치를 유지하는 데 관심을 갖고 있는 중간층 주택 소유자들의 적극적인 대표자과 부동산 개발업자들이다.

누가 지방정부를 통제하는가 하는 주제는 도시연구 관련 저술에서 중요한 문제이다. 이에 대해서는 엘리트주의(elitist), 다자주의(pluralist), 국가 관리주의(state managerialist) 등 세 가지 관점이 존재한다. 1960년대 애틀랜타에 대한 플로이드 헌터(Floyd Hunter)의 연구는 ‘엘리트주의적’ 관점을 확립했다. 그는 도시들은 몇몇 강력한 엘리트들이 통제한다고 주장했다. 영향력을 가진 지도 집단들은 대개 금융 및 부동산 개발업자를 포함하는 극소수의 기업계 인사들과 지역사회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는 직업 정치인들로 구성된다. 로버트 달(Robert Dahl) 등 다른 분석가들은 이런 관점을 반박하고, 지방 정치에 ‘다자주의적(pluralist)’ 이해관계가 반영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역사회의 이해는, 기업체 엘리트의 관심사항들과 충돌을 일으키지 않는다면, 대체로 지방 정부로부터 인정받는다. 그러므로 이해관계들의 이런 혼합이야말로 지방 정치의 본질적인 특징이다. 더구나, 이와 다른 관점조차도 이런 점은 인정한다. 이제 우리는 정부의 공무원들과 관료들도 자기들 고유의 독립적인 이해를 가진다는 점을 알고 있다. 이러한 ‘국가 관리주의(state managerialist)’ 관점도 지역 정치를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엘리트들의 굳건한 기반에는 전혀 변화가 없지만 다양한 그룹들이 권력을 놓고 경쟁한 결과 그들의 구성에는 변화가 생겼다. 오늘날 많은 도시들을 은행과 금융계 인사들이 장악할 수 있는 것은, 기업가 가운데 이들 분파가 여전히 도심지에 투자를 하기 때문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교외와 선벨트(Sunbelt)의 몇몇 신도시부동산 관계자들과 지역 기업가들로 구성된 엘리트들이 지배한다. 그러나 경제 엘리트들의 승계 과정은 지방 정부의 변화를 보는 하나의 방식에 불과하다. 정치는 투쟁, 동맹, 경쟁, 타협으로 이루어진다.

미국의 도시가 급속도로 발전하던 1800년대에는, 도시 정권은 상당한 부를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주 강력했다. 극소수의 정치인 집단이 지방정부에 대한 지배권을 확보한 뒤, 돈을 벌 목적으로 정부를 운영하는 일이 흔했다. 이런 체제를 ‘정치 기계(political machine)’라고 부른다. 이 기계는 수뢰와 매수로 돈을 축적해서는 계속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표를 확보하는 데 이 돈을 썼다. 이 기계의 근본적인 특징은 오로지 도시를 운영하는 수단으로만 기능하면서, 수뢰와 매수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지지자들에게 금전적으로 후원하는 역할을 한다는 데에 있다. 이런 형태의 특수한 엘리트 권력은 어떤 종류의 지배 이데올로기도 없었다. 그 목표는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유권자의 표를 동원하는 것이며, 그에 쓰일 현금을 얻기 위해 업계에 이권을 주는 방식이 만연했다. 1800년대 후반 지역사회의 지도자들은 이런 형태의 행정과 연관된 부패에 염증을 느꼈다. 20세기로 넘어가던 시기에 진보적인 개혁들이 통과되어 지방정부는 더 전문적이고, 중산층 지향으로 변했으며, 훨씬 깨끗해졌다. 과거의 정치 기계 체제에서 도시는 ‘선거구들(wards)’로 편성되어, 그 지역의 지도자들은 표를 받는 대가로 주민들에게 혜택을 주었다. 후보자들은 시 정부의 의석을 확보하기 위해 자신들의 피후견인 선거구에서 승리하기만 하면 되었다. 진보적인 개혁은 이런 체제를 타파했다. 그들은 도시의 구역들(sections)을 보다 큰, 혼성적인 선거구들(districts)로 통합해, 특정 집단이나 개인들에 대한 지지에 덜 의존하도록 만들었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정부 선출직이 전체 시민의 과반 투표수를 얻어야 한다고 규정한 진보적 조치도 있었다. 요약하면 정치 기계 개혁가들은 선거구들을 결합하고 국지적 이해가 반영되는 방식을 축소함으로써 지방 정부의 구조를 변화시켰다. 그 결과 합의 구축과, 더욱 ‘정치적인’ 지역 정치의 필요성이 커졌다.

영국이나 다른 유럽 국가들의 경험도 비슷하다. 1950년대의 도시 사회주의(municipal socialism)는 부패, 그 중에서도 건설 계약을 둘러싼 부패를 조롱하는 단어였다. 그러나 이는 지역 주민들에게 서비스와 사회기반시설을 제공하는 지역 정치를 연상케 했으며, 80년대 이후 세대들이 상상한 바와 같이 지역의 공직을 세계적 진보를 향해 활용하는 정치는 아니었다. 현재 상황은 정반대이다. 도시와 교외의 정부 모두 권력이 없다. 인구의 탈집중화와 난개발 추세는 대도시권을 파편화했고 대표자 선출은 지역의 상황에서 영향력을 상실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정치 체제들은 최선을 다해 줄어드는 자원을 관리하면서도, 동시에 필요한 서비스를 공급해야 한다.

권력 쇠퇴의 또 다른 이유는 지방 선거와 정치 활동에 대한 참여가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투표율은 낮은데다, 가장 훌륭하고 똑똑한 사람들은 더 이상 출마에 매력을 느끼지 않는다. 시나 교외 모두 공공 서비스의 질은 위기에 처해 있다. 이런 사태는 중심 도시들 내의 제조업과 상업의 쇠퇴, 교외 주민들의 지방세 납부 기피로 인해 더욱 악화되고 있다. 공공 서비스의 질이 하락하고 주민들이 부적절한 학교, 도로, 경제개발, 세금 감면 등 때문에 고통을 겪게 됨에 따라, 이러한 사항들이 대도시권 정치에서 중요한 쟁점이 된다. 때때로 불만이 넘쳐 변화를 추구하는 조직 운동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일이 일어날 때, 그것이 곧 사회운동이 된다.

교외 정치(Suburban Politics)는 도시 정치의 다양성에 비해 훨씬 단순하다. 교외에는 하나의 압도적인 이해관계인 단독주택 소유권이 있을 뿐이다. 교외 정치는 주택 소유자의 정치이며, 교외지역에서 선출된 정치인들은 무당파적 재산세 관리자가 되는 셈이다. 행정부의 목표는 교외에서 생활의 질 보존이다. 이것은 대개 자동차 교통을 위한 적절한 도로의 보수유지, 적정한 범죄 통제, 그리고 공원, 레크레이션 센터, 시민 행사 같은 여가와 관련된 모금 등과 관련된다. 미국 도시시장인구감소로 인해 시간이 흐르면서 정치 행위자로서의 힘을 상실하는 반면, 교외 지도자들의 경우는 애초부터 그리 큰 영향력이 없었기 때문에 지금도 훨씬 작은 힘 밖에 없다. 대도시권이 형편없이 파편화되었다는 것은 일선 행정단위에서 공무원들이 자신의 지역 외부의 많은 표를 통제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교외 거주자들은 이러한 체제에 대해 상당히 만족스러워 한다. 지방정부는 전반적인 정치권력 면에서는 부족하지만, 지역적 관심사에 대해 쉽게 접근하며, 그에 대해 주의를 집중한다. 교외 정치는 한계가 있기는 해도 직접적인 방식으로 주민들에게 복무한다. 전국의 모든 지역에서 교외 주민들을 집결하는 하나의 쟁점은 성장의 통제이다.


<참고문헌>
Arnstein, S. 2003. ‘A Ladder of Citizen Participation.’ in R. LeGates and F. Stout (eds) The City Reader, 3rd Edition. London, UK: Routledge. pp. 244-254.
M. 고트디너와 레슬리 버드 저, 남영호, 채윤하 역, 도시인문학총서 16, <도시연구의 주요개념>(라움, 2013), pp273-282

작성자: 김진곤(서울시립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