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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노동의 재생산
  분류 :
  영어 : Education and Reproduction of Labor
  한자 : 敎育과 勞動의 再生産


많은 나라에서 진행 중인 공교육의 위기와 도시의 위기는 서로 연관되어 있다. 이를테면, 정보가 주도하며 글로벌 경제가 압도하는 현 상황에서 숙련 노동력을 재생산해야 하는 미국 도시의 능력이 한계에 부딪힌 것과 함께 도시 생활의 질도 하락하고 있다. 지난 몇 십년간 학생들의 수행능력은 전반적으로 떨어지고 있으며, 국제적으로 비교해도 미국 학생들의 과학과 수학의 수준은 형편없다. 그런데 대도시권의 경우, 학교의 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학교가 자리 잡은 위치이다. 대부분의 경우, 좋은 학교들은 부유한 지역과 시골에 자리잡고 있다. 가난한 학생들이 다녔지만 오랜 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던 시내의 학교 체제마저 장기적인 재정 위기와 경기 후퇴로 말미암아 교육의 질이 후퇴하고 있다. 오늘날 시내의 공립학교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가난한 소수자 집단 출신이며 교육적 성취도 낮다.

대부분의 영국 도시에서는, 중등학교의 수준과 학생의 성적 그리고 주택 가격 사이에 양의 상관관계(positive correlation)가 존재한다. 부동산 중개업체들은 좋은 학교 진학이 가능한 지역의 주택이라는 식으로 광고를 낸다. 미국도 마찬가지지만 영국에서 거주지는 부와 미래의 잠재적 소득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거주지와 교육 사이의 상호작용은 도시의 불평등을 강화한다. 시내(inner city)의 많은 지역에서 소수 인종 집단의 청년실업률은 40% 수준에 달한다. 이 수치는 영국의 도시와 시골의 교육이 계급이동 수단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음을 입증한다. 이런 문제들은 학습능력 일반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로 심각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03)에 따르면 11-14세 영국 학생들의 수학 능력은 카자흐스탄과 비슷한 수준이다.

미국 교육의 상황도 이와 비슷하게 좋지 않다. 대도시권의 학군에서 전국적으로 절반에 가까운 학생들이 졸업도 하지 못한다. 저소득층 학군에서는 교사의 다수가 자신들이 전공하지 않았거나 자격을 갖추지도 않은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법에서는 공립 고등학교 교사들은 모두 교사 자격증을 갖추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교육청이 법적 허점을 이용하여 비자격 임시 교사들을 고용하는 경우도 많다. 일부 학교에서는 25% 이상의 교사들이 자격증을 가지고 있지 않다. 예컨대 텍사스의 공립학교 교사들에게 대학 졸업생 수준의 일반 지식을 테스트해본 결과 1/3 이상이 통과하지 못했다. 또 플로리다에서도 교육학 전공의 졸업생들에게 이와 유사한 테스트를 해본 결과 과반 이상이 통과하지 못했다. 이렇듯 학생들이 제대로 배우지 못한다는 점에서, 공립학교나 대학 할 것 없이 전 단계에서 교육의 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학교 문제는 도시의 빈곤과 경제적 하락과 같은 도시 문제들에 의해 증폭되고 있다. 대도시내의 학교들은 점차 격차가 심화되고 있는데, 이는 백인 부모들이 자녀를 사립학교나 카톨릭 학교(parochial school)로 보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심각한 문제는 공립학교에서 공부하는 다수의 학생들이 이민자이거나 그 부모가 이민자여서 영어가 제 2의 언어라는 점이다. 일부 도시 구역에서는 이민자 학생들이 과반에 육박하기 때문에, 교사들은 자신이 맡고 있는 학생들이 사용하는 30개 내지 40개의 언어들과 씨름해야 한다. 연방정부는, 영어를 가정에서 사용하지 않는 학생들이 상당한 숫자에 달하는 경우, ESL(English as a Second Language) 프로그램을 개설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연방정부는 기본적으로 이 프로그램에 재정지원을 하지 않는다. 항구적인 재정위기 때문에 지방정부도 이 프로그램에 지원할 돈이 없으며 따라서 언어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지속되는 상황이다. 유럽 도시들도 유사한 상황에 처해 있다. 수준 높은 교육에 접근하지 못하기 때문에 경제 격차가 더 악화되고 있는데도 각국의 정부들은 이를 사회정책과 분리해 다루는 잘못을 범하고 있다.

과거 미국 사회는 전국적 차원에서 교육에 재정을 투입하는 데 실패했고, 공립학교 교육의 질은 직접적으로 해당 지역사회의 부의 수준에 따라 결정되어버리고 말았다. 학군의 학생들이 도시의 학생들에 비해 성적이 더 좋은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로 인해 교외는 자녀들에게 최상의 교육환경을 제공하고자 하는 학부모들에게 더 매력적인 곳이 되었다. 그들이 도시를 떠나자 도시 학군의 수준은 더욱 하락하는 식의 악순환이 계속되었다. 지역의 부와 교육의 질 사이에 존재하는 밀접한 상관관계로 인해 학생들이 장래의 경력을 쌓는 과정에서도 상당한 불평등이 초래되었다. 이제 노동의 재생산은 우리 사회의 빈부 차이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부유한 지역에 살며 사교육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자녀를 장래에 더 좋은 직업을 갖도록 해주는 학교에 보낸다. 모든 불평등이 가득 찬 미국적 경제생활의 복제, 즉 경제생활의 미국화가 지구화를 통해 유럽 대부분 지역에도 어느 정도는 영향을 미치고 있다. 스칸디나비아 반도 일부 국가들의 경우는 예외다. 이들 국가는 여전히 교육에 막대한 공적 자원을 투여하는 것이야말로 시민사회의 기초라고 믿고 있다. 이들 지역의 학생들은 지속적으로 표준 시험에서 최고의 점수를 받고 있는데, 특히 핀란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의 질을 누리고 있다.


<참고문헌>
OECD, 2003. www.oecd.org, accessed 12 May 2004.
M. 고트디너와 레슬리 버드 저, 남영호, 채윤하 역, 도시인문학총서 16, <도시연구의 주요개념>(라움, 2013), pp.45-48

작성자: 신재진(서울시립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