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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외와 교외화
  분류 :
  영어 : Suburb and Suburbanization
  한자 : 郊外와 郊外化


교외(suburb)는 도시도 농촌도 아니며 그 중간에 있는 정주지의 물리적 형태를 의미한다. 도시연구 분야는 항상 ‘도시적(urban)’이라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정의하는 데 애를 먹는다. 오늘날 ‘교외’라는 개념을 정의하는 것은 더 복잡하다. 사실, 미국 센서스 당국은 공식적으로 ‘교외’ 개념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도시 외곽에 놓여 있는 지역들은 ‘대도시 통계 지역들’(MSAs: Metropolitan Statistical Areas)로 정의된다. 통상적인 이해로는, 교외는 거대한 중심 도시(central city) 외곽의 거주 지역으로서 인구 밀도가 중심도시보다 낮지만 인근의 농촌 지역보다는 높은 곳이다. 예전에는 이러한 장소들을 도시 의존적이라고 여겼지만, 지금은 이들 지역들은 오직 거주지들일뿐이라는 인식만큼이나 그러한 생각을 오류로 본다.

정주 공간의 형태로서 다중심 대도시권을 살펴보면, 대개 교외라고 하는 지역들은 사실 상당히 다양하고 다기능적이며 여러 가지 방식으로 도시에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많은 화이트칼라와 하이테크 산업이 선호하는 입지 장소는 중심 도시에 인접하면서도 그 외곽에 있는 지역이다. 제조업은 교외에 입주한다. 대도시권에서 대부분의 소매업 역시 교외에서 생겨난다. 미국 전역에서 스포츠 스타디움과 여흥 복합건물들(recreational complexes) 역시 교외 소재지에 입주하곤 한다. 다양한 인구가 여기에 대규모로 더해지면, 이런 지역들은, 저밀도일 뿐이지, 여러 가지 다기능 활동을 가진 개발된 도시의 일종이라는 사실이 훨씬 분명해진다. 미국에서 1980년대에 이르러, 단 하나의 대도시도 포함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도시화된(fully urbanized)’ 특징을 가졌다고 인정될 만큼, 대규모 노동력과 인구, 다양한 기능적 특성을 갖게 된 카운티(county)의 숫자는 이미 20개가 넘었다. (Gottdiener & Kephart, 1991).

자유 토지시장과 여유로운 공간으로 인해 건국 초부터 이미 미국인들은 넓은 땅의 단독주택이라는 도시 밖의 생활을 선호해서, 장시간의 통근을 마다하지 않았다. 미국 교외는 정치적 독립성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고유한 특징이 있다. 유럽과 비교해보면, 교외는 자치단체로 인정받아, 대도시의 통치로 나아가는 운동을 좌절시켰다. 매사추세츠 주의 브룩클린(Brookline), 일리노이 주의 에반스톤(Evanstone) 그리고 캘리포니아 주의 베버리힐즈(Beverly Hills)는 병합에 대항했고, 결국 지방자치단체로 진화했다(Gilfoyle, 1998). 이러한 정치적인 힘은 현재와 같은 형태의 파편화된 다중심 대도시의 출현을 낳는 방향으로 작용했다.

피치맨과 파울러(Fichman & Fowler, 2003)에 따르면, 교외화(suburbanization)가 도시 형성 과정과 두드러지게 다른 점은 그것이 가진 인종적인 배타성이다. 수십 년 간 미국에서 도시 밖의 대규모 거주지 개발은 백인들이 주도했다. 지금은 상당히 다양해졌다고 해도 교외 지역은 여전히 도심 구역보다 상대적으로 더 백인 중심적이고 더 부유하다. 상당한 규모의 미국 인구가 그곳에 거주한다. 미국 전역에서 교외화가 진행됨에 따라 시내 인구는 50% 감소했다. 볼티모어, 필라델피아, 시카고, 보스턴, 디트로이트, 세인트루이스, 버팔로, 그리고 클리블랜드 같은 곳은 그 주변 권역들보다 인구가 적다. 1950년대에 시작된 대규모 교외화 이후에 성장한 도시들 중에는 댈러스, 휴스턴, 피닉스 및 샌디에고가 있는데, 이들 도시들은 변경의 영토를 병합할 능력을 가졌기 때문에 그렇게 커질 수 있었다. 그런 힘이 없었던 기존 도시들은 지리적 권역 배열 상 이웃한 지역들로 인구가 이동하면서 그 기세가 꺾이고 말았다.

인종이나 계급적 배척 외에도 광대한 면적의 교외 성장은 이런 유형의 개발에 우호적이었던 정부가 단독주택 보유 희망 가구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시행함으로써 촉진되었다. 미국에서 어떻게 교외화가 그렇게 유행하게 되었고 토지이용 변화가 그리도 광범위하게 되었는지를 이해하는 데에는, 특히 두 개의 프로그램, 즉 주택소유자 조세보조금 제도와 전국 고속도로 방위법(National Defense System of Highways Act)이 중요하다. 전자는 1930년대 대공황 시기에 주택건설 사업을 부흥하기 위해 통과되었고 후자는 1950년대 전국에 걸쳐 사통팔달의 고속도로들을 건설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마련되었다. 두 정책은 모두 명시적으로 중심 도시 외부에 대규모의 교외 개발지를 확충하는 목적으로 운영됐으며 또한 권역 성장의 출현에 도움이 되었다.

다른 항목들(‘어버니즘’, ‘난개발’, ‘지속가능한 도시화’)에서, 교외 생활의 비판들을 다룬 바 있다. 루이스 멈포드(Lewis Mumford)는 이런 유형의 성장을 비판했던 최초의 인물이다. 멈포드는 실제로도 자주 에벤저 하워드(Ebenzer Howard)1) 방식에 따른 집적 개발의 우월적 편익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런 비판은 교외화 자체를 직접적인 대상으로 한다기보다 오히려 그것이 취하고 있는 난개발 유형을 대상으로 했다. 멈포드의 시대 이래, 종종 교외 생활에 대해 도시 기반의 관점에 의거한 비판이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지속적인 공격도 교외화의 추세를 꺾지 못했고 정부 지도자들에게 교외라는 대안이 오류라는 것을 설득해내지도 못했다. 오히려 우리 사회는 교외 개발을 지속적으로 공격하는 소수의 건축가, 계획자, 도시연구자들과 그곳에서 살고 싶어 하는 다수로 분열되었을 뿐이다.

난개발 유형이 우리 사회가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많은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는 사실은 확실하다. 그러나 난개발 비판은 종종 교외 생활방식 자체에 대한 공격과 혼동되고 있기 때문에 표적에서 벗어나기도 한다. 그러나 유럽적 관점에 선 일부 저자들은 미국이 상대적으로 지구적 우위를 점하는 하이테크 정보산업 경제가 도심이 아니라 보다 일관되게 교외에 소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들어 이런 비판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교외는 또한 점점 덜 획일적이고 덜 부르주아적이 되고 있다. 교외는 블루칼라일수도 있으며 극단적으로 자유주의적일 수도 있다. 점진적이기는 해도, 그들 내에서 사회적 혼성화는 상당히 진행되고 있다. 대도시권의 세련된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과는 달리 교외는 백인만의 공간이 아니다. 애틀랜타, 시카고, 워싱턴 DC에서는 모두 흑인 교외가 번창한다. 남부 캘리포니아에는 새로운 차이나타운(Chinatown)과 리틀 사이공(Little Saigon)이 도심이 아닌 교외에 있다.

교외화가 지배적인 추세가 되면서, 핵심 논점은 뉴 어버니스트들(New Urbanists)이 주장하는 바와는 달리, 교외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것의 부정적인 양상들, 특히 난개발과 같은 양상을 제거하는 문제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도시론’이나 다른 전체론적 접근과 같은 정치운동이 중요하다. 사실 도시와 교외의 지역들 모두가, 우리 사회에서 일상생활의 핵심 문제들을 다루고자 하는 중요한 사회운동의 장소이다.

에벤저 하워드(Ebenezer Howard)는 1898년 『내일의 정원도시』(Garden Cities of To-morrow; 1902년 개정판 발행)를 출간했고 그 무렵 정원도시협회를 만들어 도시생활을 개혁하자는 운동을 펼친 영국 태생의 사회개혁가이다. 그의 정원도시도시의 이점과 자연의 이점을 모두 살리며 대도시의 무질서한 팽창을 제한하고 산업과 주거를 조화시키자는 발상을 담고 있었다.


<참고문헌>
Fichman, M. and E. P. Fowler 2003. ‘The Science and Politics of Sprawl: From Suburbia to Creative Citybuilding’ Unpublished paper, York University.
Gilfoyle, T. 1998. ‘White Cities, Linguistic Turns and Disneylands: The New Paradigms of Urban History’ Reviews in American History, 26: 175-204.
Gottdiener, M. and G. Kephart 1990. ‘ The Multi-Nucleated Metropolitan Region: A Comparative
Analysis’ In R. Kling, S. Olin and M. Poster (eds) Post Suburban California. Berkeley, CA: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The Economist, 24 March 2000.
M. 고트디너와 레슬리 버드 저, 남영호, 채윤하 역, 도시인문학총서 16, <도시연구의 주요개념>(라움, 2013), pp245-250.

작성자: 김진곤(서울시립대학교)